[시론-최공필] 금융자본주의의 위기와 전망
최근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 월가까지 확산된 시위행렬은 그동안 침묵했던 다수의 절망을 대변하고 있다. 취업 기회조차 거부되고 있는 청년층이나 성실하게 근무하다 영문도 모른 채 직장을 잃어야 했던 시민들에게 세상은 어떠한 대답도 줄 수 없다. 이미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에게 고용기회는 불안한 복지혜택으로 대체되고 있다.
담보소유 여부로 금융접근성이 결정되면서 과거의 중산층마저 보호대상으로 전락했다. 효율성의 본보기인 현 금융자본주의로 인해 경제생태계는 오히려 피폐해졌다. 금융자본을 주무르는 소수가 혜택을 독점하면서 거듭된 위기로 초래되는 수습비용은 납세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익의 기반은 세계화되었는데 배분구조는 독점화되고 있으며, 보호되어야 할 계층은 오히려 투기의 저당으로 동원되고 있다.
집단행동은 좌절감의 분출
건전하고 합법적인 견제장치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기득권은 시장 안정을 대가로 금융자본에 인질로 잡혀있다. 이미 증권화된 은행들은 펀딩의 상당부분을 시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내재된 시장불안요인은 전통적인 자금중개와 신용창조 기반을 흔들고 있고 안정을 위한 시장개입은 이미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통합된 금융환경과 시스템이 다양하고 유용한 금융혜택보다는 파악조차 어려운 위험과 감당키 어려운 부담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저금리 기반의 증권화와 고(高)레버리지로 무장한 금융체제는 과잉유동성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었으며 그 결과 현재의 대규모 디레버리지 과정이 촉발되었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과거 무모한 베팅의 대가를 일부 치러낸 투기적 금융자본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여전하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이 통과됐지만 납세자들은 은행시스템의 그늘 아래서 언제 다시 카지노 영업의 뒤처리에 동원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정보와 네트워크의 우월성으로 무장한 소수 엘리트가 엄청난 이익을 독점하면서 스스로의 과잉에 무너져내린 부실을 납세자 부담으로 전가하는 행위는 간과하기 어렵다.
월가에 대한 분노는 일시적인 울분의 표출 이상이다. 그들의 외침은 기본적인 상식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현실에 대한 좌절감의 분출이다. 금융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납세자와 예금자, 소액투자자들은 대리인들의 결정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그런데도 현 금융시스템의 지배구조는 우리의 돈으로 구제대책만 양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의 이익에 얽매여 공공재 성격의 지속가능한 금융생태계를 지켜내는 데 소홀했다. 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통합된 환경에서 위험관리의 기본은 다양성이다. 그러나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외화유동성 충격에 대한 공동대응은 오히려 쏠림현상을 키웠다.
위험관리의 기본은 다양성
국가차원의 위험관리는 한계를 노정했고 시장안정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더욱 심각한 사안은 금융자본의 막강한 지배력 하에서 냉혹한 성공의 잣대와 기존체제에 대한 묵종을 강요당하는 현실이다. 금융위기의 재발은 공정하지 못한 금융생태계의 법칙이 방치된 결과이다.
향후 금융자본주의는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돈을 맡긴 주인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고 기본과 원칙이 중시되어야 신뢰가 구축되면서 건전한 금융자본의 형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급부 차원에서 공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분위기는 자칫 공동체 기반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 따라서 수정 금융자본주의로 진화를 기대하려면 여전히 사회구성원 모두의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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