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중학생 사채놀이
개인이 자금을 운용하여 벌이는 돈놀이를 사채놀이라고 한다. 굴리는 사채 규모가 크면 사채업계에서 ‘큰손’ 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손은 장영자씨였다.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장씨는 1981년 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자금이 부족한 건설업체 등에 돈을 빌려주고 대여금보다 훨씬 많은 어음을 받아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수법으로 7000억원대의 어음을 유통시켰다. 이 가운데 어음사기 액수는 6400억원대에 달했다. 미모와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장씨는 국회의원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씨를 내세워 사기행각을 벌였다.
최대 금융사기 사건이자 권력형 금융비리 사례로 꼽히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금융실명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은 장씨는 10년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94년과 2001년 어음사기 사건과 구권 화폐 사기 사건으로 또다시 철창신세가 됐다.
‘제2의 장영자’라는 별명을 얻은 여인도 있다. 사채업자 L씨는 은행 직원과 짜고 오전에 은행에서 돈을 빼내 반나절 동안 사채놀이를 하고 영업시간 마감 전에 입금시키는 수법으로 650억원대를 굴렸다. 은행 직원을 매수한 L씨는 처음에 1억∼3억원을 빌리다가 나중에는 30억∼40억원을 빌리는 식으로 규모를 늘렸다. 급전이 필요한 상인들에게 반나절만 돈을 빌려주고 고리를 뜯은 L씨는 5개월간 100억원대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남편 모르게 사채놀이를 하다 빚을 져 이혼 위기에 몰린 주부도 있다. 돈을 떼이는 바람에 3억원 가까이 빚을 지게 된 S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자 남편이 이혼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무리한 사채놀이로 가정경제가 파탄에 이른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힘든 때일수록 상대방을 보호하고 혼인 유지를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돈보다는 혼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채놀이에 중학생까지 뛰어들었다는 고소장이 최근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 3학년생 이모군 등 3명이 동급생 문모군에게 6만5000원을 빌려주고 33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군은 이군 등으로부터 맞았고 죽인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진술한 반면 이군 등은 폭행과 협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학생까지 월 이자가 100%를 웃도는 사채놀이를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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