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내 나이 가을

Է:2011-10-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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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세이] 내 나이 가을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반짝하고 윤기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

바래고 향기도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들리는

이제서야 보이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워주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더 풍성히 나누어 주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글·사진=김수안(기독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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