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배우들에게 수화 가르친 김유미 원장

Է:2011-10-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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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배우들에게 수화 가르친 김유미 원장

[미션라이프] “가슴이 먹먹해서 들고 있던 팝콘에 손을 댈 수조차 없었다.” “화가 치민다. 이런 잔혹한 진실이 있는 줄 몰랐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영화는 2000년부터 5년간 학대와 성폭력을 당한 농인(聾人) 학생들의 실화를 다뤘다. 피의자들이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고 버젓이 복직했다며 재조사 및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온·오프라인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서울 운니동 한국농(聾)문화연구원에서 만난 김유미(43·평택 시온성교회) 원장은 대다수의 비장애인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도가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현장에서 6개월간 수화를 가르쳤다. “농인은 듣지 못하는 것뿐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그들에게 수화와 눈빛, 표정을 통해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능력을 주셨어요. 비장애인들은 그것을 무시하죠. 인화학교사건도 그래서 발생한겁니다.”

-배우들에게 수화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지난해 9월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농아부 손원재 목사님께 연락을 받았어요. 인화학교 사건을 영화화 하는데 배우들에게 수화를 가르칠 수 있는 적임자로 저를 추천했다고요. 무거운 이야기라 처음엔 마음이 가지 않았지만 기도 끝에 하기로 결심했죠. 지금까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농인의 수화를 잘 표현한 작품이 없었거든요.”

-동명 소설인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었는가.

“책은 사놓고 용기가 안 나서 못 읽었어요. 대신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간접적으로 사건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거든요. 피해 아동들의 심리 상태가 그대로 전해져 눈물이 흐르더군요.”

-영화현장에서 가르쳤는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은 서울에서 배우들에게 집중적으로 수화를 가르쳤어요. 그 이후 촬영이 시작되고는 수화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을 때 마다 현장에 갔죠. 거의 매일 갔어요. 많은 농인들이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그분들에게 수화 콘셉트를 짜서 알려주고, 촬영스태프의 지시를 통역해 주는 역할도 했어요.”

-배우들을 가르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있었죠. 피해 아동을 연기한 3명의 아이들은 농인이 아니잖아요. 말로 하는 대사도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 일인데, 수화로 감정을 표현하는 건 더 어렵죠. 정말 열정을 다해 가르쳤어요. 다행히 아이들도 잘 따라온 것 같아요.”

-농인의 수화란.

“보통 농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수화로 대화할 때 입 모양으로 단어를 표현하는 것과 달리 농인들끼리는 입 모양 없이 표정과 몸짓, 수화로만 대화해요. 예를 들어 기초수화에서 새끼손가락을 턱에 대면 단순히 ‘괜찮다’는 뜻인데 농인의 수화에서는 턱의 각도에 따라 질문(괜찮아?)이 될 수도 혹은 대답(괜찮아)이 될 수도 있어요. 정말 괜찮은 건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괜찮다고 대답하는 건지도 알 수 있죠. 영화에서는 비장애인이지만 농인의 수화를 하는 미술교사 강인호(공유 역)와 피해 아이들이 대화하는 장면에 나오죠. 표정과 몸의 자세와 눈빛이 곧 수화문법이에요.”

-농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농인은 언어소수자입니다. 모든 사람이 수화를 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죠. 귀가 안 들린다고 지능이 떨어지거나 발달장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언어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농인을 사회적 약자로 취급해요. 영어를 쓰는 외국인을 무시하진 않으면서 말이죠. 농인들에게 보청기를 끼게 하거나 인공 와우 수술을 강요하기도 하죠.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억지로 다수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사소한거지만 통역자를 세워 농인과 대화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통역자를 보고 이야기해요. 농인은 옆에서 시선을 왔다 갔다 합니다. 농인은 눈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시선을 안 마주치는 것은 곧 무시하는 거죠.”

-농인 사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88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할 당시 동기들은 북한선교나 빈민선교, 농촌 목회 등 비전이 분명했지만 전 백지상태였어요. 고민하던 어느 날 학교 게시판에 붙은 수화교실 포스터를 봤는데 클로즈업 되듯 다가오더군요. 바로 가입했죠. 같은 해 제주영락교회에서 열린 농아여름성경학교에도 교사로 참여했어요. 엉터리 수화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경공부와 연극을 하며 하나님이 제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는걸 깨달았죠. 아이들의 눈빛이, 그 손짓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어요. 장신대신대원 졸업 후 96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경기·충청 지방 농아인협회와 지역 교회 농아부에서 통역, 상담, 민생문제 해결을 주 사역으로 했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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