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소나무 훼손 현장 르포… 허가낸 듯 중장비·차량 동원 밤낮없이 캐내
25일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괘방산 인근.
해안도로에서 비포장길로 10분여를 들어가자 지름이 1m 정도 돼 보이는 소나무 13그루가 뿌리를 드러낸 채 고사해 있었다. 소나무를 불법으로 캐낸 뒤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옮기려는 순간 경찰에 적발돼 그대로 방치됐기 때문이다. 가파른 경사지를 타고 30여m를 올라가 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산 중턱 3000여㎡는 포탄이 떨어진 듯 숲은 흔적도 없었다. 경사면은 깊게 파여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고, 산을 타고 오르는 동안에도 연신 토사가 흘러내렸다.
경찰은 이곳에서 모두 131그루의 소나무가 불법으로 캐내 옮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위에는 뿌리를 반쯤 드러낸 채 밧줄에 묶인 소나무가 수십 그루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고, 다른 수종을 포함하면 수백 그루의 나무가 옮겨진 것으로 보였다.
범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산 정상에 몇 그루의 금강송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 굴취 전 이곳의 풍경을 가늠케 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본보가 지난 21일부터 강원도 강릉과 양양지역 소나무 불법 굴취 현장 5곳을 취재한 결과, 고사목이 즐비한 것은 물론 산을 통째로 절토한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산사태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멀찌감치 바다가 보이는 양양군 손양면 송현리 인근 야산은 산의 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방치돼 있었다. 경찰에 입건된 조경업자 이모(50·서울)씨와 현지 부동산업자 한모(60)씨 등이 2007년 1월 인근 농민 김모(71)씨의 명의를 빌린 후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소나무 550여 그루를 캐내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허위 인허가를 받은 6600㎡는 물론 값어치 높은 소나무가 발견된 주위 1027㎡에서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훼손되지 않은 소나무 일부에서 붉은색 띠가 감겨진 나무도 있었다. 현장에 동행한 강릉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조경업자들이 작업을 하면서 값이 나갈 만한 나무는 이렇게 표시를 해 놨다”며 “이곳을 파헤친 조경업자가 ‘표시된 금강송과 적송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억원에 거래된다’고 실토해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현남면 두리 인근 야산도 울창한 소나무숲 대신 황토색 절사면만 시야에 들어왔다. 이달 중순 경찰에 구속된 건설업자 박모(53)씨가 허위 인허가를 받은 후 허가 면적보다 406㎡를 초과해 소나무 250그루를 불법으로 캐낸 곳이다.
주민들은 외지 사람들로 인해 고향의 산과 나무가 망가지는 것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마을주민 이모(69·여)씨는 “3년 전 겨울 내내 차들이 들어와 밤낮없이 소나무를 다 뽑아가 골프장이나 리조트를 짓는 줄 알았다”며 “흉물처럼 방치된 산을 보는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춘천=박성은 기자 sil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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