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문화재와 스토리텔링

Է:2011-09-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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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브로츠와프는 우리에게 2012년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여수와 경쟁했던 도시로 유명하다.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와 모두 300㎞ 남짓 떨어져 있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폴란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브로츠와프는 중세 이후의 유럽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드믄 곳 가운데 하나다. 중세 고딕 양식부터 보헤미아와 오스트리아, 프로이센의 영향을 받은 문화유산들이 즐비하다. 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 양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브로츠와프의 아픈 역사를 대변해 준다. 12세 폴란드의 예술과 상업 중심지였던 이곳은 14세기에는 보헤미아 땅이 됐고, 18세기 프로이센령으로 넘어간 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시 폴란드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독일인들의 지배를 받았다.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주년홀’도 독일 근대 건축가 막스 베르그의 작품이다. 나폴레옹의 침략에 맞서 1813년 10월 라이프치히 전투의 독일 승리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1913년 건물 완공 당시 브로츠와프는 독일의 일부였다. 이 때문에 지금도 옛 독일의 향수를 느끼려는 독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풍스런 건축물도 좋지만 브로츠와프에서 특히 인상 깊은 곳은 ‘라츠와비체 파노라마’로 불리는 전시관이다. 폴란드 독립 영웅 코시치우슈코가 1794년 4월 무기라고는 낫밖에 없는 농민을 이끌고 러시아군을 대파시킨 라츠와비체 전투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전시돼 있다. 세로 15m에 가로 114m의 캔버스를 360도 원형으로 붙여놨고, 그림 앞에는 나무와 흙, 부서진 대포 등이 전시돼 입체감을 더했다. 입장료 22즐로티(약 8000원)가 아깝지 않은 것은 그림과 함께 채워진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폴란드어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리고 한국어로 된 30분간의 설명은 사전 지식이 없어도 관람객들이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폴란드 이해를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평소 우리 문화재에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속을 채우겠다고 말해 왔다. 우리 문화재에 세계인들이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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