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약사의 미아리서신] 아버지…

Է:2011-08-1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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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약사의 미아리서신] 아버지…

몹시 눅눅하고 지루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쨍쨍한 여름의 뙤약볕아래 선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31일 제 아버님께서 빗길에서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친구와 저녁약속장소로 가는 도중에 걸려온 아버지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제 가슴은 철렁하였습니다. 병원 응급실로 아버지를 모셔다 놓은 경찰관의 다급함은 전화선을 따라 전해졌습니다.

정수리부분을 몇 바늘 꿰매고 응급실에 누워계신 아버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껌벅거리면서 그저 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살아계심에 감사드렸습니다.

경추 골절 수술을 무사히 마쳤으나 신경손상이 많은 탓에 팔과 다리 신경마비는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무력하게 침대에 누워 밥 먹는 일과 대소변을 보는 일을 온전히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마음에 바윗돌이 하루에 하나씩 얹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팔십 평생 목수로 살아오셨습니다. 대학시절 학내시위와 관련하여 구속된 저를 면회 오신 아버지의 흰 머리칼에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펑펑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똑똑하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당신의 큰딸이 파란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제가 수감된 지 석 달 만에 면회오셨고 밥은 잘 먹고 있냐는 말만 서너 번 하시고는 면회실을 나가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돌아온 저는 이틀을 꼬박 앓고 말았지요. 석 달 만에 백발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머리칼이 제 가슴에 박혀서 빠지질 않았습니다.

고되고 힘든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시는 아버지는 늘 제 약국에 들르셨습니다. 시원한 피로회복제 한 병을 맛있게 드시고 당신의 무거웠던 어깨가 사뭇 가벼워졌노라고 허허허 웃으시며 좋아하셨습니다. 당신이 하시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세상 앞에 늘 당당한 아버지가 참 좋았습니다.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돌봐야 했던 아버지는 온 동네에 영특한 아이라고 소문이 났었지만 집안형편 탓에 상급학교에 진학을 할 수가 없었지요.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아버지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세상과의 싸움을 홀로 온몸으로 감내하며 한발 한발 나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믿을 것이라고는 당신 자신밖에 없었노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당신에게 손 내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그런 아버지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면 ‘내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사흘 동안 밥 한 톨 구경하지 못해 남의 집 부엌에서 차디찬 김치밥을 눈물로 훔쳐 먹을 때, 하나님은 왜 구경만 하고 있었냐고’ 제게 강하게 항의를 하셨습니다. 그 또한 하나님의 사랑 방법임을 저는 알고 있지만 아버지께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겨울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을 때, 하나님 말씀을 어머니께 전하지 못했음이 제겐 가장 큰 슬픔이었습니다.

병원 응급실에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 못하고 누워계신 아버지는 혼미한 중에도 ‘미선아, 미선아… 나 아직 죽기 싫어…무서워’ 하면서 잔뜩 공포에 질린 얼굴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귀한 말씀을 아버지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신산했던 제 아버지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보셔서 잘 알고 계신 하나님 아버지여.

이제 당신께로 한발 한발 나가는 제 아버지가 평안하고 깊은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그 삶의 마지막이 가득할 수 있도록 하나님 아버지께로 갈 수 있는 제 아버지의 두 발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제 아버지가 진흙탕 속에서 뒹구실 때 쓰러지지 않게 사랑의 손으로 하나님 아버지께서 잡아주셨음을 제 아버지가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제 아버지가 자신의 삶이 하나님 아버지의 크신 축복으로 오늘까지 이어져 왔음을 입으로 고백하는 영광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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