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긍정의 배신

Է:2011-08-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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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3년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경제는 새로운 고점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경제 논평도 낙관적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그들의 권고대로 사람들이 자기 집을 ‘현금인출기’처럼 이용함에 따라 집값 상승이 전체 경제를 밀어 올렸다. 2008년 말, 경제 비관론자 가운데 한 사람인 폴 크루그먼은 ‘어째서 아무도 그 모든 것이 사실은 거대한 폰지 사기라는 사실을 보지 못했는가?’라며 ‘누구도 잔치의 흥을 깨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을 제시했다.

돌아보면 위기의 대부분은 사전 경고를 묵살한 대가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오래 전부터 경고음이 울렸지만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최근 우면산 산사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긍정적’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보다 긍정적인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문제는 맹목적인 긍정, 병적인 낙관론이다. 이는 금융위기를 비롯한 사회적 재앙에 대비하는 힘을 약화시킨다.

더욱 가혹한 것은 사회적 실패의 책임을 개인의 긍정성 부족으로 돌림으로써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는 것이다. 영화 ‘인디에어’에 등장하는 베테랑 해고전문가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회사를 대신해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다. 그는 해고통지를 받고 절망하는 이들에게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누구나 귀하처럼 해고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향해 도약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한다.

한때 번성했던 ‘긍정의 심리학’ 논리는 잘못 흘러가 미국식 성공학의 학술 버전이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들의 암시, 하나님의 이름으로 원하는 것을 한껏 추구하면 된다는 치우친 신앙, 이익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뒤숭숭해진 분위기를 라이프 코칭으로 수습하는 기업들 간에 모종의 묵계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사회에 퍼져 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방어적 비관주의’ 수준의 현실주의이다.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위험을 인식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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