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수해 현장을 둘러보니
수해 현장 취재는 주로 사회부 기자와 지방주재 기자들이 담당한다. 경쟁 언론사 기자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밀도 있게 취재를 해야 한다. 동료 사진부 기자가 도착하기 전이라면 쓸 만한 사진도 챙겨야 민완 기자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수해 현장 취재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장 접근이 쉽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취재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는 취재내용을 수첩에 적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변이 진흙투성이이거나 물에 잠긴 상태라면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들다. 촌각을 다투는 구조 작업에 행여 걸림돌이 돼선 곤란하다.
정치부 기자도 대통령이나 여야 수뇌부를 따라 수해 현장에 취재하러 가는 수가 있다.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경기도 광주시 침수지역을, 31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포천시 창수면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남태령 전원마을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수해가 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면 경호문제로 복구 작업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을 먼저 찾았다고 한다.
사회부 기자와 정치부 기자로 수해 현장에 간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필부의 신분으로 수해를 당한 누나네 처소를 찾아갔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간파리로 가는 도로의 일부 차선이 유실돼 있었다. 돌과 흙더미가 가옥들을 할퀴고 지나갔고, 직원들이 물에 잠겼던 공장 내부를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군인, 경찰, 공무원들도 주말을 잊은 채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인명 피해가 컸던 서울 우면산 산사태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참담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치유목회 장소로 쓰이는 누나네 처소는 산사태로 훼손됐고, 집 안은 진흙 천지였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돌덩어리와 큰 나무가 처소를 덮치지는 않고 비켜간 것이다. 주변 밭의 농작물은 온데간데없고, 산 위에서 굴러온 돌덩어리와 흙이 평균 30㎝ 높이로 쌓였다.
이웃 할머니네는 돌덩어리가 집을 덮쳤지만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바람에 화를 면했단다. 마을에서 60년을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비 피해를 신고하러 간 전곡읍사무소에는 일고여덟 명이 비상근무를 서고 있었다. 서식을 갖고 온 직원이 친절하게 작성 요령을 알려주었다. 자상한 직원의 업무 처리가 수재민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듯했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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