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소말리아 ‘기아사태’ 선포… 가뭄·전쟁 매일 死線넘는 어린이들

#1. 소말리아 어린이 3명 중 1명은 영양실조 상태이며, 10명 중 1명은 아사(餓死) 위기에 처해 있다.(국제적십자·ICRC 보고서)

#2. “친구 4명과 함께 있는데, 알샤바브가 우리에게 조직에 들어오라고 했어요. 압둘라라는 친구가 ‘싫다’고 하자, 그들이 제 친구를 그 자리에서 쏴 죽였어요.”(케냐 다다브 난민수용소의 14세 소년)

20여년 내전에 시달려 온 고통의 땅 소말리아에 시름의 그늘이 한층 더 깊게 드리웠다. 60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인구의 30%가 넘는 사람들이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더 심각하다. 소말리아 중·남부를 장악한 알카에다 연계 조직 알샤바브는 무차별적으로 소년병을 동원하고 소녀들을 유린하고 있다. 가난과 가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소말리아 어린이들은 매일 사선(死線)을 넘나든다.

◇유엔, ‘기아사태’ 선포=유엔은 20일 소말리아 남부에 ‘기아사태’를 선포했다. 기아사태는 인구 1만명당 영양실조 사망자가 하루 2명 이상이거나, 어린이의 30%가 5세가 되기 전 사망하는 상황에서 선포된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소말리아에서만 285만명이 긴급 구호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 동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뿔’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1200만명에게 긴급 구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유엔은 이날 “구호자금 5억 달러를 증액해야 한다”며 “올해 총 79억 달러의 구호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적십자사는 최근 소말리아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으며, 어린이 10명 가운데 1명꼴인 50만명이 굶어죽을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배고픔과 전쟁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소말리아를 떠난 난민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지난달 하루 평균 소말리아 피난민 사망자 수는 1만명 중 7.4명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0.5명보다 15배나 높다.

올해에만 16만명이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으로 피난했다. 현재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케냐 다다브 난민수용소에는 약 38만명의 소말리아인이 머무르고 있으며, 2만여명이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기근을 견디다 못한 알샤바브도 “점령 지역 안에서 해외 구호단체들의 활동을 승인한다”고 밝힐 정도다. 2009년 내렸던 ‘영토 진입 금지령’을 푼 셈이다. 유니세프는 즉시 소말리아 바이도아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 보급을 시작했지만, 내전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구호활동을 벌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제 동원에 강제 결혼까지=국제앰네스티(AI)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많은 소말리아 아이들이 군인으로 훈련받고 있으며,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무분별한 공격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알샤바브 등 반군뿐 아니라 정부군도 소년병을 전장에 내보낸다고 지적했다.

주로 12~18세가 소년병으로 영입되지만, 8세 소년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남자아이들은 실제 전투에 투입된다. 여자아이들은 요리와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하며 심한 경우 알샤바브 조직원들과 강제 결혼을 하기도 한다. 이를 거절하면 성폭행을 당하거나 심하게 매질을 당한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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