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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성희] 복수노조, 노사관계 지각변동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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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복수노조 법 시행 첫날인 7월 1일 하루에만 76개의 노조설립 신고가 접수되면서 변화의 바람은 이미 시작됐다.

일차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부는 곳은 복수노조 설립 사업장일 것이다. 한 기업 내에 복수노조가 존재할 경우 노조들 간에는 경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노사관계에는 새로운 세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해당 기업의 노사관계는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규모별로는 종업원이 많은 대기업 사업장,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나 운수업종 등에서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이 크다. 현재 노사관계가 투쟁적이거나 노조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사업장도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7월 1일 설립된 복수노조를 보면 중소 사업장에서는 버스 택시 등 운수업종이 많고, 최근에 노사 갈등을 겪거나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조끼리 경쟁해야 하는 시대

복수노조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노사관계에는 폭넓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복수노조 설립으로 노동조합 수가 늘고, 전체 노동조합 조합원 수도 약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복수노조가 설립되는 사업장에서는 노사 간 선명성 경쟁으로 노사 갈등과 쟁의행위 발생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복수노조 설립 바람이 잦아들면서 노사관계에는 새로운 균형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노조 간 세력 경쟁이 판가름나면 일부 노조는 소멸의 길을 걷거나 소수노조로 존재하는 상황이 되면서 노사관계에는 새로운 세력 균형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복수노조가 노사관계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노조들 간 분열로 인해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는 경우다. 일본에서는 55년부터 60년대까지 구조조정기에 좌파 노조들의 파업투쟁 과정에서 내부 노선 갈등이 발생하면서 우파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당시 제1노조였던 좌파 노조들의 파업 투쟁이 실패하면서 좌파 노조의 조직력은 약화되고, 우파 노조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이렇게 일본의 복수노조는 노조 내 ‘분열효과’가 나타나면서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유형은 복수노조가 경쟁을 하면서 노조활동이 활성화되는 경우다. 캐나다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 노조에 소속돼 있는 노조와 캐나다에 적을 둔 노조들 간에 조직 경쟁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이러한 경쟁에서 캐나다에 적을 둔 노조들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보호, 사회적 역할 확대로 더 많은 노조 설립과 조합원을 조직하는 성과를 내게 된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의 노조 조직률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캐나다의 노조 조직률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선진국의 경험들은 복수노조 제도가 노사 어느 일방에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노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성패는 노사 하기에 달렸다

이제 우리나라도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면서 노사는 새로운 경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조들 간에는 어느 쪽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노조활동을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종업원들의 요구를 얼마나 잘 해결하면서 경쟁력을 만들어 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과 경영계가 복수노조 시대에 어떠한 전략과 방법론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양대 노총 등 상급단체 구도와 노사 간 세력관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노사는 지금 그 시험대의 출발선에 서 있다.

이성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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