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나 말고는 아무도
김이듬(1969∼ )
올해 막바지 팔에 금이 갔다
빙판에 미끄러졌나 보지
결국 그 선배 멱살을 잡았구나
친구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던지고
가만히 등 뒤로 와서 너는
자해한 거 아니냐며 킬킬거린다
얼마나 멋진 밤인가
어둡고 캄캄하고
우리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욕망으로 가득 차서
구체관절인형을 가지고 놀 듯 서로를 만지작거린다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를 잘 모른다고 해도 시 속에는 사람의 마음이 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마음은 변화무쌍하여 친구의 말에도 쉽게 상처를 입기도 한다. 친구들이 나의 불행과 불운에 대해 한마디씩 말을 하고 사라진 밤. 말이 독이고 말이 상처가 된다. 사람의 말은 그만큼 불완전하다. 생각과 말 사이에 간극이라는 다리가 놓여지는 동안 진실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대신 금이 간 뼈가 말을 한다. 뼈에 금이 가지 않았다면 뼈는 말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는지 곰곰 생각케 하는 시다. 금이 간 뼈가 시를 쓰고 있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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