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의 野口] 실책과 불규칙 바운드

Է:2011-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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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의 野口] 실책과 불규칙 바운드

야구경기에서 승패를 가르는 함수 중 하나는 바로 실책이다. 결정적인 실책이 경기 분위기를 홀라당 말아먹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다. 또한 실책을 듬뿍 담은 저질 야구를 한 팀이 경기에서 이기는 걸 보기도 드물다. 아시다시피 야구는 살 떨리는 분위기 싸움이라서 큰 것 한방이나 큰 실수 한 번에 분위기가 휘딱 상대 팀으로 넘어가버리곤 한다. 그렇지만 뭐, 인간 영역의 야구선수가 하는 일엔 실책이 따를 수밖에 없는 거고, 실책도 야구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는 그 변수가 재미있다.

요즘의 야구중계 카메라는 실책한 선수의 표정을 짓궂게 클로즈업하곤 하더라.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버린 선수는,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하고 자책의 한숨을 허공에 한참 뿜어대기도 한다. 애써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한 척 하는 선수도 있지만, 속은 얼마나 민망할까. 만약 실책을 반성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문제가 될 뿐, 실책은 빨리 잊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 심지어 그라운드 상태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 순발력의 신이 와서 수비를 해도 못 잡는 쪽으로 공이 튈 때도 많은 게 야구잖아.

사회인 야구를 즐기고 있는 나는 지난 주말 경기에서 바보 인증 삼대 실책을 종류대로 범하고 실책 기계로 등극했다. 알까기, 포구 미스, 뜬공 만세. 그건 야구 끝나고 여자친구랑 뭘 먹지, 하는 생각으로 정신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구도 못하면서 수비연습도 게을리 했고, 그 와중에 정신줄까지 놓고 있었으니 공에 안 맞은 게 다행이지 뭐. 아주 땅을 파고 들어가 숨고 싶었다. 여하간 나는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데 성공했고 한동안 벤치 신세가 될 것 같다.

최근 우리 군이 민항기를 적기로 오인하고 소총을 갈겨댄 사건이 있었다. 잇따른 실책성 플레이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군이 또 하나의 실책을 보탠 느낌이다. 수비수로 치면 나처럼 구멍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군이 얼마나 덜 떨어진 수준이냐는 조롱이나 당하고 이웃 나라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성명을 내는 등, 여러모로 체면을 구겼고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야구에서의 실책이야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군의 실책으로 그 민항기가 격추되었다고 상상하면 허파꽈리가 다 비비 꼬일 만큼 아찔하잖아.

그런데 군은 그 실책 이후에 어쩔 수 없는 불규칙 바운드였다는 표정을 지었다. 총 쏴봤자 닿을 수 없는 거리였느니, 민항기가 항로를 이탈한 거라느니, 바다 안개가 자욱했다느니. 뒤늦게 초병의 실수였다고 인정하기 전까지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실책을 저지른 선수가 짓는 표정으로 보기엔 참 어색했다. 국방부장관이 트위터로 사과한 글에 나온 ‘훈련 부족, 집중력 부족, 정신적 해이’라는 질책은 실책을 남발하는 나 같은 야구선수에겐 아주 좋은 충고다. 근데 야구에서 실책은 있을 수 있지만 무기를 든 군인의 실책은 보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는 증명은 야구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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