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승주] 아고라의 지혜

Է:2011-06-17 17:41
ϱ
ũ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였다. 도도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던 곳이다.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신타그마(헌법) 광장에 요즘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든다. 화염병, 최루탄, 돌멩이, 경찰봉….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풍경이 광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정부의 긴축재정계획 때문이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라니 더는 못 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왜 국민의 반대에도 긴축재정안을 꺼냈는가. 엄청난 국가빚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1100억 유로(약 172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경기 회복에 실패했다. 경기는 더욱 침체됐고,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유일한 해결책은 추가 구제금융지원을 받는 것이다. 그리스처럼 유로화를 쓰는 나라들이 나서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최종안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부 의견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견의 핵심은 민간의 고통분담이다. 유럽의 경제강국 독일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 등 민간투자자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프랑스는 민간이 자발적인 의사 없이 책임을 떠안게 되면 결국 그리스 국가부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독일의 ‘원칙’과 프랑스의 ‘현실’ 사이에서 추가 금융안이 표류하고 있다.

그리스는 외부에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제발 도와 달라’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앞날은 깜깜하기만 하다.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전체의 위기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미 “그리스는 해결책이 없다”며 유로존 붕괴를 예고했다. 유로존이 흔들리면 유럽 연합이 흔들리고, 미국도 안심할 수 없다. 그리스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이었던 아고라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이었다. 그곳에선 직접 민주주의가 이뤄졌다. 터놓고 얘기하고 의견을 모았던 사교의 장이었다. 그리스에 고대 아고라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