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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만우] 부실 솎아내 우량 저축은행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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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3일 필자는 ‘저축은행 대폭발의 징후’라는 제목의 칼럼을 이 오피니언면에 게재했었다. 저축은행이 예금 보호를 앞세워 고금리 예금을 유치해 놓고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 나중에 들어온 돈으로 기존 예금 원리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파산해 폰지사기로 끝날 것임을 지적했다. 과거 신용협동조합 부실 위험에 대한 칼럼을 게재한 교수에 대해 신협 측이 일간지에 비난성 의견광고를 싣고 소송 제기와 함께 급여를 압류했던 사건이 떠올라 조심스러웠지만,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의 저축은행 경영 정보를 분석해본 결과 위험 징후가 너무 분명해 작심하고 경고성 글을 실은 것이었다.

‘폰지사기’라는 다소 심한 주장에 대해 저축은행 임직원이나 감독기관의 아무런 항의도 없었고 독자의 댓글도 전혀 없었다. 외환은행 매각 관련 칼럼에 대해서는 오만가지 항의 전화와 욕설까지 담긴 댓글이 폭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바로 그날 최근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저축은행 문제없다” 발언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보름 후에는 임기를 많이 남겨 둔 금융위원장이 경질됐다.

잔존 부실도 속히 밝혀내라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첫 달에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단행됐고 다음달에는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이어졌다. 영업정지 직전 일부 예금자에 대한 변칙적 예금지급 파행과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조성된 거액의 비자금을 대주주와 임원이 착복하고 뇌물을 뿌린 범죄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SPC는 투자 집행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한 사업장을 통해 돈을 빼돌렸을 것이다. 대부분 사업장이 실물거래가 없는 빈털터리여서 검찰이 계좌추적만으로도 착복한 자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이 피땀으로 모은 재산을 갈취한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할 절호의 기회다. 여야 합의로 실시할 국정조사도 자기편 감싸기와 문제 핵심 흩트리기에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정상영업 중인 98개 저축은행에 잔존하는 부실도 밝혀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이 많은 곳은 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이 긴밀히 협조해 6월 말 결산서 감사·감리를 강화해야 한다. 회계감사 공조를 위해 금감원의 과거 감사적발 사항을 회계법인에 제공해야 한다. PF 사업장 부실은 공적기금을 동원해서라도 처리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새로 드러난 부실에 대해서는 먼저 주주에게 재무구조 개선 기회를 주고, 개선이 불가능할 경우 경영권을 회수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완료해야 한다.

저축은행 부실의 가장 큰 원천은 PF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 냉각을 가속시킨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재정 여건도 고려해 대폭 축소, 민간기업 주택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일부 한계선상의 PF 사업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미소금융 사업도 저축은행 고유 사업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또 카드론이 저축은행 대출 고객을 빼앗아 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카드사의 카드채 발행 한도를 줄이고 카드론 재원으로 활용하는 카드채의 이자비용에 대해서는 세법상 손금 인정을 제한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서민과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을 참조해 은행과의 사업영역 조정에 나서야 한다.

은행과 사업영역 조정 필요

부실채권이 증가해 자금부족 상태에 빠지는 저축은행은 위기 탈출을 위해 수신금리를 올려 예금 확보에 나서게 되고 이는 업계 전반의 수신금리 인상과 경영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부실 저축은행을 적시에 적발해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저축은행 정상화의 최선책이다. 작금의 저축은행 위기를 누적된 부실을 솎아내고 우량 저축은행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밀착하는 전문금융회사로 거듭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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