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파출소에서 온 남매

Է:2011-06-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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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파출소에서 온 남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집으로 들어서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여기는 파출소입니다. 김혜원 사모님이세요?”

“네…. 저… 혹시 우리 애들이 무슨 말썽이라도….”

파출소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사실 지금은 대학을 가서 올해 군대 입대한 아들 중 한 녀석이 유별난 사춘기를 보내면서 파출소에 자주 다닌 터라 또 혹시나 하는 맘에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어젯밤에 남매 아동실종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다행히 중학교 다니는 누나가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교회로 가고 있으니 남매의 단기보호를 좀 부탁드리려고요.”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 엄마는 가출

전화를 마친 뒤 족히 며칠은 씻지 못한 것 같은 중학생 누나와 초등학교 1학년 남동생이 세 분의 선생님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매는 특수용접을 하시는 아버지와 엄마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증세가 심해지기 시작했답니다. 견디다 못한 아이들의 엄마는 3년 전 집을 나가고 말았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3일 동안이나 집에 들어가지 못했죠. 너무나 무서웠으니까요.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자 담임선생님이 경찰에 신고를 했답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비로소 저희 집으로 오게 된 거죠. 마음 아픈 사연이에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이들의 아빠는 천사 같답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왜 그리 욕설을 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지…. 선생님들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 겁나 3일 동안 개집에서 비닐천막을 두르고 잠을 자며 아버지가 술을 깨기를 기다렸다죠. 아이들의 모습은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잘라 주었어요. 그러곤 함께 집으로 돌아와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었습니다.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나누었을 때, 그제야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겁에 질려 있던 눈동자.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코코아 잔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죠. 밖에서 차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더군요. 차 소리가 날 때마다 아버지가 온 줄 알고 벌떡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었어요. 다디단 코코아가 쓴맛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음날 남매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 남매의 아버지가 저희 집으로 찾아와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며 이젠 술을 완전히 끊겠다고 다짐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얼마동안 이 약속이 지켜질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술을 깬 채 맨 정신으로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온 아버지의 모습…. 왜 그리도 안쓰러운지요. 학교가 끝나 집으로 들어오는 남매의 다정한 모습에서 짠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 위해 해물 김치전을 부칩니다

이제 남매가 우리 집에 온지도 5일이 되었습니다. 이젠 형, 언니, 오빠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내는, 삼겹살이랑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들이 된 녀석들. 그들이 보여주는 애교 섞인 어리광에 ‘아이들이 이제야 내 새끼가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핑 돌곤 합니다.

글을 쓰는 오늘 이곳 땅끝마을엔 비가 오고 있습니다. 비도 오고 하니 낙지랑 바지락 듬뿍 넣은 해물 김치전을 좀 부쳐야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네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집안에 들어서면서 우리 아이들은 한마디씩 할 것입니다. “왐마! 냄새 끝내 주는디∼”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끝까지 살겠다고 제 손바닥에 붙어 몸부림치는 낙지를 훑어 내리는 제 손에 유독 힘이 넘쳐 나는 것 같습니다.

■ 김혜원 사모는

남편 배요섭 목사(전남 해남 땅끝마을 아름다운교회)만 보고 서울에서 땅끝마을 송호리로 시집왔다가 땅끝 아이들의 ‘대모’가 돼 버렸다. 교회가 운영하는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50여명의 엄마로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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