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승부조작 파문] 대전구단 간부 일괄 사직서…"수사에 적극 협조"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진 후 첫 라운드를 맞는 프로축구 K리그 구단들은 임직원 전원 사퇴 등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루 선수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비교적 조용했던 나머지 구단들도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전시티즌은 29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승부조작에 책임을 지고 김윤식 구단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 전원,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구단 팀장급 이상 직원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키로 했다. 대전은 “구단에서 연루된 다른 선수가 없는지 조사 중이며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여 승부조작이라는 수치스러운 사안에 대해 발본색원하고자 한다”고 사직 배경을 밝혔다.
이날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전반 18분 선제골을 기록한 대전의 황진산은 벤치로 달려가 ‘신뢰로 거듭 나겠습니다’라는 깃발을 펼쳐드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대전은 이날까지 4명의 선수가 구속되고, 4명은 불구속 수사를 받는 등 현재까지 가장 많은 8명의 선수가 연루돼 창단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과 수원의 경기가 열린 인천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4개 경기장에서도 선수단이 부정 방지 선서문을 낭독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별개로 검찰 수사는 계속 확산되고 있어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수사가 배당된 창원지검 인근에 있는 경남FC는 구속된 브로커 김모(28)씨가 경남FC 소속 선수였던 점 때문에 연루자들이 더 나올까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실제로 누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지는 모르는 일 아니냐”며 “시민 구단 위주로 선수 이름이 나왔지만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구단들이 승부조작 사실을 1~2년 전부터 파악하고서도 이적료 등을 이유로 쉬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구단들이 승부 조작 선수들의 명단을 갖고 있다가 이적 협상 때 이를 활용해 걸러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 16개 구단 단장 회의에서 나온 방안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승부조작이 드러난 구단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승강제가 없는 K리그에서 승점 감점 같은 수단으로는 구단들에게 실질적인 압박이 되기 힘들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해당 구단에 대한 자격 정지나 큰 액수의 벌금 같은 보다 엄격한 처벌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K리그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 선수들이 스포츠토토 등에 쉽게 노출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포츠토토 등에 베팅하는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승부조작과 관련된 유혹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모 감독은 “대학 선수들 중에 스포츠토토 때문에 빚을 진 선수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학 때부터 그런 환경에 처해 있는 선수들은 승부조작에 더욱 쉽게 가담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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