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씨네마 부산-PIFF 15년의 기록 (18)] 잡힐 듯 가까워지는 칸 황금종려상

Է:2011-05-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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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씨네마 부산-PIFF 15년의 기록 (18)] 잡힐 듯 가까워지는 칸 황금종려상

매년 5월,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 칸은 작열하는 태양만큼 영화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릅니다. ‘팔레 뒤 페스티발’에서 해변을 따라 마제스틱, 노보텔, 칼톤을 거쳐 마르티네스 호텔에 이르는 크로와제트 거리는 세계에서 몰려든 영화인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경쟁영화가 상영되는 뤼미에르극장 주변은 레드 카펫을 밟는 스타들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 유명 영화인이 입장할 때마다 환호하는 군중들로 인산인해입니다. 바로 옆 모래밭은 낮이면 일광욕 즐기는 반라의 남녀들로, 밤이면 곳곳에서 열리는 파티로 장관을 이룹니다.

지난 11일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미국)로 막을 연 제64회 칸영화제는 22일 밤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의 ‘비러브드’(Beloved·프랑스) 상영을 끝으로 화려했던 막을 내렸습니다. 브래드 피트, 조니 뎁, 우마 서먼, 앤젤리나 졸리, 카트린느 드뇌브, 페넬로페 크루즈, 공리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저녁 7시30분, 세계영화재단과 칸영화제가 복원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세계 여행’(1902년·16분)이 상영된 후 로버트 드니로(위원장)를 포함한 9명의 심사위원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어서 1976년에 제작된 5시간30분짜리 영화 ‘1900’(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작품입니다)의 주요 장면이 비춰지면서 이 영화를 연출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습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마지막 황제’(1987)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거장 감독이죠. 질 자콥 칸영화제 조직위원장의 헌사(獻辭)에 이어 그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이 수여되면서 장내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어 우디 앨런의 개막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상영되며 세계 최대, 최고 영화축제의 막이 올랐습니다.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치는 시상식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은 미국 테렌스 말릭 감독의 ‘생명의 나무’에 돌아갔습니다. 옥스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미국의 대표적 ‘지성파’ 감독입니다. 1973년 ‘황무지’로 데뷔해 38년 동안 5편밖에 만들지 않았지만 두 번째 영화 ‘천국의 나날들’(1978)로 칸영화제 감독상, 세 번째 영화 ‘더 신 레드 라인’(1999)으로 베를린영화제 대상인 황금곰상을 받았습니다.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은둔의 감독’입니다. 올해도 그는 칸에 나타나지 않았고 공동제작자가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텍사스에서 자란 세 형제의 이야기를 맏형의 시선에서 성찰합니다.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면서 초반부터 수상을 예고했습니다.

공식 부문의 하나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드 온 트랙’과 함께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영화가 이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두 번째 쾌거입니다. 칩거 후 3년 만에 만든 김기덕 감독의 자전적 영화 ‘아리랑’은 한국 영화계와 관객, 정부에 독설을 퍼부어 현지와 국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빈집’으로 각각 감독상을 수상했고, 칸과는 2005년 ‘활’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2007년에는 ‘숨’이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경쟁부문은 과거 어떤 해보다 거장 감독들의 신작이 많았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다르덴 형제, 난니 모레티, 페드로 알모도바르,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거장들의 신작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 칸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와 ‘어둠속의 댄서’(2000)로, 다르덴 형제 감독은 ‘로제타’(1999)와 ‘차일드’(2005)로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탔습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아들의 방’(2000)으로 황금종려상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내 어머니에 관한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과 칸의 감독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도 2002년 ‘과거가 없는 남자’로 칸의 심사위원대상을 탔습니다.

둘째,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크게 늘었습니다. 공식 경쟁부문에 선정된 20편 중 4편이 여성감독 영화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특히 영국 린 램지 감독의 ‘우린 케빈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어’는 압권이었습니다. 감독주간에 소개된 25편 중 9편이, 비평가주간의 12편 중 5편도 여성감독 작품입니다.

셋째, 본선 경쟁부문에 오른 20편 중 유럽영화가 16편으로 압도적 다수였고, 특히 프랑스 영화가 4편이나 됐습니다. 아시아는 일본 영화 2편을 제외하면 전멸한 셈입니다. 2007년 ‘너를 보내는 숲’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나오미 가와세 감독의 ‘하네즈’와 다카시 미이케 감독의 ‘할복-사무라이의 죽음’이 경쟁에 오른 건 작품도 좋았지만 대지진을 겪은 일본에 대한 격려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넷째, 한국영화는 비록 경쟁부문 진입에 실패했지만 위상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시’(이창동)와 ‘하녀’(임상수) 두 편이 경쟁에 올라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했죠. 한국영화에 대한 칸의 사랑은 올해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경쟁부문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과 함께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 3편이 선정됐습니다. 20편 중 3편이 한국영화란 것은 아주 특별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죠. 단편경쟁에 이정진의 ‘고스트’, 대학생 작품을 경연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손태겸의 ‘야간비행’, 비평가주간에 문병곤의 ‘불멸의 사나이’와 이태호의 ‘집 앞에서’ 등 단편 4편이 상영됐고 ‘야간비행’이 3등상을 탔습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이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 이창동 감독이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시네마테크 허문영 원장이 비평가주간 단편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돼 한국영화의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다섯째, 3D영화가 특히 마켓에서 대세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뤼미에르극장에서 상영된 경쟁부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할복-사무라이의 죽음’과 비경쟁부문 크리스천 루오 감독의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 네 번째 시리즈가 3D로 제작됐을 뿐 아니라 마켓에서 상영된 영화의 상당수가 3D 포르노 영화였습니다.

64회를 맞은 칸영화제는 68회를 맞는 베니스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1932년 창설된 베니스영화제가 독보적인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자 자극받은 프랑스정부는 1939년 9월 1일 칸영화제를 개최키로 결정하고 포스터까지 준비했지만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1946년 9월 20일 시인 겸 극작가 장 곡토가 직접 제작한 ‘미녀와 야수’를 상영하며 제1회 칸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칸에 입성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영화가 5000편이 넘는데 칸에서 공식 상영되는 건 130여편에 불과합니다. 경쟁 20여편, 비경쟁과 특별상영 10∼15편, 주목할 만한 시선 20여편, 단편 경쟁 10여편, 시네파운데이션 10여편, 이와 별도로 감독조합과 비평가협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감독주간과 비평가주간에 각각 20여편이 상영될 뿐입니다.

한국영화가 칸에 처음 입성한 것은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오른 1984년입니다. 19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배용균), 1994년 ‘징발’(신상옥), 1996년 ‘유리’(양윤호), 1997년 ‘내 안에 우는 바람’(전수일) 등이 칸영화제가 50회를 맞을 때까지 상영된 전부입니다.

그러나 칸에서 부산영화제를 찾기 시작하면서 1998년에 ‘강원도의 힘’(홍상수)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스케이트’(조은령) 등 4편이 동시에 초청됐고 이후 매년 4∼5편 이상 초대받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춘향뎐’으로 처음 경쟁부문에 오른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영화가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날도 머지않았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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