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휴거소동 계속되나… 편협한 종말론에 빠져 ‘날짜 맞추기’ 집착

지난 21일 휴거를 예언했던 미국 ‘패밀리 라디오’ 설립자 해롤드 캠핑이 불발 후 침묵으로 일관하다 23일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진정한 휴거는 오는 10월 21일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 기독언론 등에 따르면 캠핑은 5월 21일 휴거설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없었으며 이는 지나친 문자적 해석의 결과였다고 해명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날과 그때는 알지 못한다”(마 24:36)고 성경에 분명히 명시됐음에도 왜 시한부 종말론이 계속 등장하는 걸까. 신학자들은 편협한 종말론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성경 해석이 날짜를 계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다수 신학자는 데살로니가전서 4장 16∼17절에 나오는 휴거 관련 말씀은 재림하는 주님이 이 땅에 오시는 것을 ‘영접하기 위해’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한부 종말론의 입장은 다르다. 문제의 휴거설은 이른바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에 기인한다. 그중에서도 급진적 견해인 ‘전환난기 세대주의’에 따르면 천년왕국(계 20)이 시작되기 전에 나타날 대환난에 앞서 휴거가 일어난다고 해석한다.

이 견해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두 번 발생한다고 본다. 첫 단계는 그리스도가 공중에 재림하면 죽은 신자들의 부활이 일어나고 이후 살아 있는 신자들의 휴거가 일어난다. 곧 7년 대환난이 이어지면서 적그리스도의 통치와 무서운 심판, 이스라엘 백성들의 구속, 신자들의 고난 등이 나타난다. 두 번째 재림은 7년이 끝난 시점에서 일어나고 이후 천년 통치가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세대주의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성경 해석의 경향이 시기를 추정하려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신학자들의 지적이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조직신학) 교수는 “일부 세대주의자 중엔 종말의 징조를 찾아 재림 시기를 따진다”며 “날짜를 명시하는 것 자체가 성경적이지 않을 뿐더러 그 배후에서 날짜를 계산하게 만드는 해석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 요한계시록 권위자로 알려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이필찬(신약학) 교수도 “그릇된 휴거설은 세대주의의 필연적 결과”라며 “세대주의 신학 자체가 재림에 강하게 집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경은 재림보다 초림, 즉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통한 삶과 죽음, 부활 그리고 성령의 오심에 대한 말씀이 훨씬 더 많다”며 “그리스도인이라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통치를 받고 성령의 열매를 맺으며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하며 동시에 재림을 통해 완성될 미래를 소망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경의 문자적 해석, 이중재림설, 이스라엘과 교회의 분리 등은 세대주의 해석의 대표적 사례다. 한국교회 역시 초기 선교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후 1960∼70년대 ‘역사적 전천년설’이 부각되면서 80년대까지 세대주의와 전천년설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다수의 신학자가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지금은 무천년설 입장도 많다. 세대주의는 성경해석의 독특함 때문에 이단 발흥에도 쉽게 노출돼 일부 단체가 성경을 왜곡하고 있다. 최근엔 기독교 내부에서 ‘백 투 예루살렘 운동’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종교개혁자 장 칼뱅은 ‘기독교강요’ 제3권 25장에서 “종말의 때를 시기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Key Word - 천년설

◇무천년설(amillennialism) : 그리스도의 재림 직후 문자적으로 천년 동안 지상적 통치기간이 있을 것을 믿지 않는다. 무천년설을 ‘실현된 천년기론’으로 부르기도 한다. 천년 기간은 현재를 나타낸다.

◇후천년설(postmillennialism) : 그리스도의 재림은 천년기 끝에 발생한다. 재림시에 따라 대부활, 대심판, 천국과 지옥의 가름 등으로 나뉜다.

◇역사적 전천년설(historic premillennialism) : 그리스도의 재림이 천년왕국 직전에 일어난다. 재림 후 천년간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왕 노릇 할 것이며 그 후 최종 상태가 도래한다. 민족복음화, 대환난, 대반역과 배도, 적그리스도 출현 등이 발생한다.

◇세대주의적 전천년설(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 : 인류를 다루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여러 개의 특별한 시대들로 나누어 취급한다. 휴거 때에 그리스도께서 완전히 이 땅에까지 내려오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만 오신다. 그리스도가 두 번째 재림 후 천년간 땅에서 왕노릇 한다.

<자료 : 안토니 후크마의 ‘개혁주의 종말론’>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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