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천연가스를 액화석유로… 현대중공업, 친환경 에너지 생산기지 건설
(18) 현대중공업 카타르 라스라판 펄 GTL 공사
카타르는 반도국가다. 남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나머지는 페르시아만으로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1만1521㎢로 우리나라 경기도(1만184㎢)와 비슷한 작은 나라지만 석유 276억 배럴과 천연가스 26조㎥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만6168달러. 룩셈부르크(10만8832달러) 노르웨이(8만4444달러)에 이어 세계 3위이고 우리나라(2만591달러)의 3.5배가 넘는다. 우리에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익숙한 곳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 생산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카타르지만 유전과 가스가 발견되면서 최근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 중이다. 석유·가스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해외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대중공업은 2006년 8월부터 카타르의 ‘펄(Pearl) GTL(Gas To Liquid)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는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15%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 가스 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지난 19일 공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최대 산업도시 라스라판을 찾았다. 라스라판은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져 있다. 도하 시내는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세련된 모습이지만 차로 20분만 달려 도심을 벗어나면 왕복 2차로 도로 양옆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다.
지난해 연 7700만t의 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완공을 기념해 ‘77번 루트’로 이름 붙여진 도로를 지나 배후도시 알코(Al Khor)를 거쳐 오전 10시쯤 라스라판에 도착했다. 사전에 발급받은 출입증을 제시하고 여권을 보여준 뒤 10분 남짓 더 달리자 펄 GTL 공사 현장이 나왔다. 규모 1.5×1.6㎞에 투자액이 총 200억 달러에 달하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시설이다.
GTL은 천연가스를 액화석유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바다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1차 정제를 거쳐 에탄올과 프로판가스, 메탄가스 등으로 분류한다. 그 가운데 메탄가스를 다시 정제해 디젤유 등 석유제품을 만든다. 최종 생산물에 황이나 질소화합물, 중금속이 없어 환경 친화적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타르는 올해 말까지 하루 40만 배럴의 GTL 생산 시설을 갖춰 세계 최대 GTL 공급 국가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2006년 8월 1일 일본 지요다(Chiyoda)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타르 셸(Shell)사로부터 가스공정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계약 금액은 6억9000만 달러. 펄 GTL에는 총 8개 공구가 있고 프랑스 LINDE, 미국 CB&I, 일본 도요 등 세계 유명 업체들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천연가스를 1차 정제해 에탄올과 프로판가스를 먼저 상업화하고, 다시 메탄가스를 정제하는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본사 직원 66명, 협력업체 직원 3689명 등 총 4293명이 근무 중이다.
한낮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도는 이곳의 하루는 새벽 4시쯤 시작된다. 이경래 부장은 “4시30분에 일어나 5시부터 11시까지 일하고, 1시부터 5시까지 작업을 마무리한 뒤 이런 저런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고 했다.
그는 “카타르 사람들은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는 게 일상화돼 있는데 펄 GTL은 예외다. 잠 좀 푹 자보는 게 소원”이라며 웃었다.
낮 12시30분 공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을 둘러보려면 반드시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와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 아래위가 이어진 작업복을 입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공사 현장 곳곳에는 빨간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깃발은 근무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표시다.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검은색이 있는데 검은색 깃발이 내걸리는 날이면 모든 작업이 중지된다. 온도와 습도가 너무 높아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1단계 공사는 마무리돼 시운전에 들어갔고 2단계 공사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당초 완공 예정일은 올해 말이었지만 10월로 앞당겼다. 최근 중동 사태로 석유 생산이 불안정해 기름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원래 저곳에 공사 자재들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쌓여 있었다”면서 “‘이게 다 없어져야 집에 돌아간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고 말했다. 펄 GTL이 완공되면 디젤유, 납사 등 석유제품을 하루 14만 배럴가량 생산하게 된다.
라스라판=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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