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작가 르 클레지오 “작가는 고독하게 글 쓰며 뭔가에 계속 저항해야”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71)는 2년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두 학기 동안 한국의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한 지한파다. 올 가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될 소설집 ‘발이야기와 다른 판타지들’(가제)은 한국 체류 당시 집필한 작품이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그가 24∼26일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해 23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아카데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년 만에 서울을 다시 찾은 그는 “그동안 굉장히 모던한 빌딩이 들어섰지만 서울이 갖고 있는 정신은 그대로인 것 같다”며 “이번 포럼의 주제인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는 문학과 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아주 중요한 주제로, 작가들은 어떤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을 다시 찾은 느낌은.
“한국은 항상 관심을 갖게 하는 나라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면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자주 가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빈곤층이 많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경제 위기의 영향을 덜 받은 것 같다.”
-당신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은 하나의 언어로 쓰여지므로 한 국가에 종속되지만 결국은 사회나 문화 등 공통 요소를 다룰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여러 장의 사진을 1초에 20개씩 화면에 투사하면 하나의 평범한 인물이 되는데 이는 인간은 서로 닮아 있음을 의미한다. 이라크 사태를 TV로 보면서 이라크인들이 내가 성장했던 프랑스령 모리셔스섬의 원주민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류는 이처럼 각 국가의 개개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종국적으로는 보편적 인간상을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지구촌을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 SNS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민주주의 발전에 SNS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위험이 인식될 때 동시적으로 반응한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특히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할 때 SNS의 역할은 점점 지대해질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남성이 주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순을 SNS가 해결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개별적 경험을 어떻게 문학 속의 보편성으로 끌어들이는가.
“문학은 작가의 고유한 삶의 반영이다. 그 개별성이 보편화되는 것은 의식적으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진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감동을 느낄 때 개별성은 보편으로 넘어간다.”
-과거 한국에서의 작가적 위상은 사회적 리더이자 지식인의 역할까지 맡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역할이 급격히 줄고 있다. 오히려 엔터테인먼트가 더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프랑스도 유사한 상황이다. TV가 대중을 지배하는 현상인데 미디어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디어가 인간 정신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가 끊임없이 TV를 통해 흘러들어와 뇌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미디어는 보여주고 싶은 각도에서만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에 반해 작가는 고독하게 글을 쓰면서 TV에 부합하지 않고 계속 뭔가에 저항해야 한다. 작가가 할 일은 영광과는 거리가 먼, 저항의 방식으로서의 글쓰기에 있다.”
글=정철훈 선임기자, 사진=홍해인 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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