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용웅] 존경받는 기업인 늘었으면
가수 김장훈씨는 기부천사로 불린다. 가수 데뷔 후 벌어들인 돈의 상당부분을 불우이웃돕기 등에 기부해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요즘에는 독도지킴이라는 타이틀도 생겨났다. 그는 수억원을 들여 해외 유력지에 광고를 내고 독도에서 콘서트도 열었다. 그로 인해 일본 극우파로부터 협박메일을 여러 차례 받아 자칫 노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독도 홍보는 계속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올해 마흔네 살이다. 아직 결혼도 안 했다. 자기 소유의 집도 없다. 그는 전셋집도 아닌 월세 집에서 산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우이웃을 위해 억대의 거금을 스스럼없이 내놓는다.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도 자그마치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평범한 우리들은 김장훈씨가 결혼도 하고 좋은 집도 사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김장훈씨는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일반인들과는 생각부터 다른 것 같다. 그는 불우이웃과 나라를 위해 돈과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다. 남들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일본 지진피해 성금으로 개인 돈 1300억원 가량을 기부했다. 이 기부액은 지진피해 기부액으로는 최고액수라고 한다.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유니클로 회장의 개인 성금 약 130억원보다 10배나 많은 금액이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부터 사장을 은퇴할 때까지 받는 매년 임원보수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그가 받는 임원보수는 2009년도에 1억800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2억원 정도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지진으로 홀로 된 아이들의 생활지원에 도움이 되고 싶어 기부했다고 한다. 그저 존경스럽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어떤가. 이들은 웬만해서는 개인 돈을 성금으로 내놓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처럼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생기거나 검찰에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져야 개인 돈을 기부하는 게 고작이다. 재산으로 따지면 김장훈씨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세계 갑부 순위에 따르면 이 회장 재산은 86억 달러로, 10조원이나 된다. 순위도 105위다. 정 회장 재산은 60억 달러로 순위 162위다. 재산이 1조원 넘는 국내 기업인도 수두룩하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88위)과 정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564위)도 세계 갑부대열에 합류했다.
돈 버는 방법 역시 김장훈씨와는 차원이 다르다. 김장훈씨는 돈을 벌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낸다. 한 겨울 콘서트에서도 땀이 흠뻑 젖도록 온 몸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재벌총수들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온다. 이들은 매년 주주 배당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받는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해 상장기업 배당금으로 1340억원, 정 회장은 400억원 가량을 받았다. 비상장기업까지 합치면 배당금은 훨씬 더 많다. 배당금으로 올해 100억원 이상 챙긴 재벌 총수만도 십수명이나 된다. 김장훈씨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의 몇 배를 한 해에 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개인 돈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의 모임인 아너스클럽 회원 50여명 중 대기업 총수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나마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6년간 250억원어치의 개인 소유주식을 소외계층을 위해 한 재단에 기부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부(富)를 대물림하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기업 총수들이 사회기부에 등을 돌려서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가 없다. 가족들에게 부를 대물림해 주는 것도 좋지만 김장훈씨나 손정의 사장처럼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사회에도 어느 정도 부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한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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