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승주] 사생활에 관대한 나라

Է:2011-05-20 17:31
ϱ
ũ

약 3주 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프랑스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 세 가지로 “돈, 여자,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것”을 꼽았다. 그는 여자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래요. 나 여자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요?”

프랑스는 정치인의 사생활에 관대한 나라다. 사생활은 그야말로 개인적인 영역일 뿐 능력과는 별개라는 생각이 강하다. 사회 지도층의 스캔들을 들춰내는 것은 언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로 여겨져 왔다.

1994년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에게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다. 미테랑은 혼외정사로 낳은 딸이 있음을 시인하며 말했다. 스트로스칸처럼. “그래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요?”

프랑스 언론은 미테랑에게 정부(情婦)와 숨겨진 딸이 있었다는 것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해 주고 경찰에 경호까지 맡겼던 사실에 더 놀랐다.

하지만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이 만연한 프랑스에서도 스트로스칸의 사건은 충격적이다. 프랑스의 명예까지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 미국 경찰에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는 모습에 프랑스 국민들은 수치심을 느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스트로스칸 사건은 ‘범죄’이기 때문에 보도하고 있지만, 그의 다른 염문설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줄줄이 터져 나오는 스캔들을 추적해야 할지, 사생활이니 덮어야 할지 논쟁 중이다.

프랑스 진보 인터넷 매체 ‘뤼89’의 설립자 피에르 하스키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이런 고백을 했다. “롤랑 뒤마 전 외무장관이 시리아 국방장관의 딸과 사랑에 빠졌을 때 이를 알고 있었지만 사생활이라고 생각해 기사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이는 프랑스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사생활이 다 보호받아야 할 가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인의 사생활은 때때로 국익과 밀접하다. 언론이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 아래 그들의 비밀을 덮어주는 데 이용되고, 남용돼 왔던 건 아닐까. 프랑스 언론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