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의 수다] 서태지·이지아와 언론

Է:2011-05-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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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의 수다] 서태지·이지아와 언론

탤런트 이지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일이 왜 스캔들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외국인 친구들도 그 일로 여론이 떠들썩한 것을 통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젊은 여배우가 스무 살에 결혼했다가 몇 년 후에 이혼하고 예명으로 활동하다가 다시 동료 남자배우와 사귀는 것이 무슨 큰 이야깃거리란 말인가?

이지아의 사생활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폭로성 기사에 사람들이 많이 놀란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가십성 기사가 왜 9시 뉴스에 보도되는지, 왜 ‘노무현 자살 이후 최대의 충격’이라는 말이 나오는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몇몇 산업 분야를 성장 분야로 정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그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일류가 되도록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친환경기술, 전자산업, 정보기술이 후원의 대상이었는데 내 생각에는 언론에 집중적 후원을 해줘야 할 것 같다. 한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악성 가십언론이 존재한다. 만약 그 분야에서 순위를 매긴다면 선정적 황색언론으로 유명한 영국을 제치고 거뜬히 1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지독한 비방기사와 파렴치한 파파라치 사진이 일상인 영국에서도 BBC뉴스에 안방극장 탤런트의 사생활이 상세하게 보도되는 일은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권위 있는 신문과 방송에서도 가십기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룬다. 한국에서 가십기사가 그토록 진지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그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오래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한국 언론에서 국제정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다. 따라서 한국인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문제에 대한 정보를 아주 제한적으로밖에 받지 못한다. 속담대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것이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뉴스에서 가십기사를 보도하느라 다른 기사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언론은 루소 때부터 입법, 행정, 사법과 함께 국가의 네 번째 기둥으로 여겨졌다. 이른바 의제설정기능(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를 일반인도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중매체의 의제설정이 중요하다는 이론에서 말하는 언론의 기능)을 가진 언론은 사회적 폐해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권력자들의 행보를 주시하며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인 중에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것은 언론인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언론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만약 여론이 타인의 사생활에 그토록 큰 관심을 보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를 바라지 않는다면 언론도 그런 보도를 더 이상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생활 침해가 공공연히 일어나는데도 사생활 침해에 대한 근본적 죄의식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직업적 언론인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활동하는 인터넷 게릴라에게도 해당된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유명인의 사생활을 캐내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왜 자신의 사생활이 아닌 타인의 사생활에 그토록 흥미를 느끼는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원하지 않는 관심을 받는 데는 꼭 연예인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이화여대에서 알게 된 프랑스인 친구는 이웃 여자가 자기 쓰레기를 뒤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고 한다. 외국인이 뭘 먹고 마시고 무슨 담배를 피우고 무슨 잡지를 읽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는데 물론 그녀는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관리인을 찾아가 이웃 여자에 대한 불평을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난 관리인은 한국에서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건 호감의 표현이니 그냥 적응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건 내 친구에게도 내게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베라 호흘라이터(tbs eFM 뉴스캐스터)·번역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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