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호경] 봉하마을에서의 단상

Է:2011-05-1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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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김호경] 봉하마을에서의 단상

다음 주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다. 그는 2009년 5월 23일 해가 떠오르는 시각, 봉화산 부엉이바위 정상에서 45m 아래 솔숲으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노무현. 어떤 이들에겐 해석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 대상이겠지만, 기자에게는 아직도 온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는 텍스트다. 기자는 적어도 시장논리의 한계와 약자의 처지에 주목하며 사회적 연대와 참여를 중시했던 그의 진정성을 믿었다.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관철시킬 때는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자들과는 뚜렷이 다른 실용적 진보, 시장 친화적 진보의 가능성을 봤다. 그는 생전에 “개방 문제와 관련해 국내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 없다” “반미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도 않거니와 그것은 열등감의 표현이고, 그것을 거꾸로 뒤집으면 사대주의의 표현이기 때문에 벗어 던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 진영의 독선이 지나치고 방법론이 너무 거칠다는 반감도 가졌었다. 어느 날 난데없이 던진 ‘대연정 수류탄’도 그랬고, 있는 대로 야단법석을 떤 데 비해 실효성은 찾기 어려웠던 ‘2차 기자실 개혁’도 그랬다. 문제의식 차원이 아닌 그와 주변 인사들에 대한 결정적 환멸을 느끼게 된 계기는 2009년 3월 이후 본격적으로 터진 박연차 게이트였다. 각종 언론의 꼬리를 문 검찰발 기사를 접하면서 분노를 넘어 냉소를, 나아가 인간에 대한 회의와 허무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돌연 낭떠러지 밑으로 육신을 던진 날, 기자는 종전에 갖고 있던 감정들에 큰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진짜 사인(死因)이 뭘까를 생각하면 혼돈은 더욱 가중됐다. 어떤 이들은 쉽게 답을 내놓지만, 기자에게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는 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이 돼야 했을까.

2년 전 이맘 때 ‘조중동’이라 불리는 주류 보수신문에서는 거의 매일 이런 유형의 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쩌면 노씨와 그의 사람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정도는 노씨 등이 너무 까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봉하대군’ 집에서 호의호식하던 애완견 리트리버 한 마리가 마을 주차장에서 떠돌고 있더란 얘기였다. 멀지 않은 곳에 그 권력의 원천이었던 동생이 산다지만 그 역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석 자나 빠진 코로 형님 댁 개들까지 돌볼 겨를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을 ‘인생의 종착역’으로 보내지 못하면 엄청난 권위 실추에 빠질 것이다.”

돌아보면 ‘증오 저널리즘’의 전형이라고 할 만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요구했다거나 받았다는 사실이 박연차 진술 외에는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법원 판결이 아닌 검찰 수사 단계에서 그렇게까지 독살스러운 증오와 적개심을 분출해야 했을까? 그가 자신의 죄의식 또는 도덕적 책임감을 죽음으로까지 밀어붙이는 데 언론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며칠 전 휴가 기간을 이용해 봉하마을에 처음 가봤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위치한 그의 고향. 부엉이바위 위에 올라보니 일부 언론에 의해 ‘아방궁’으로 지칭됐던 그의 사저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가 버려져있다는 논두렁 일대가 내려다 보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씁쓸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의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공간에서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지만,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40여 가구 120여명의 주민이 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을 아무리 둘러본들, 그를 두텁게 둘러싸고 있던 의혹의 진실까지 들여다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2주기를 맞아 그의 비극적 죽음을 애도한다. 그가 죽음 직전까지 극구 사실임을 부인했던, 숱한 미확인 보도들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김호경 정치부 차장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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