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폭력 예방극 110회 공연한 아자인형극단
“소중한 몸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줄 거예요?” “아아니요오∼.” “모르는 사람 따라 가면 안되지요?” “예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역북동 그린어린이집에선 인형극 ‘도와줘요 치치’가 공연됐다. 이웃에 있는 큰나무어린이집, 꼬망어린이집, 명지어린이자람 원아들도 초청됐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꼬마관객 50여명은 주인공 치치의 질문에 한목소리로 우렁차게 답했다.
30분 남짓 이어진 인형극에 폭 빠져 있던 혜빈(4·여)이는 “모르는 사람이 오라고 하면 ‘안돼요’ 할거예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치치 몸짓을 따라 하며 하하 웃던 지인(6)군도 “누가 만진다고 하면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도와줘요 치치’는 ㈔사람과 평화 부설 용인성폭력상담소 아자인형극단이 어린이 안전, 성폭력 및 유괴예방 등을 위해 제작했다. 용인성폭력상담소 양해경 소장은 “3,4세 유아들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인형극을 통해 보여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2008년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이번 공연이 110회째”라고 자랑했다. 용인시 관내 어린이집을 돌며 공연하고 있는 아자인형극단의 레퍼토리는 3가지. 여성가족부와 공동협력사업으로 남녀평등과 유괴예방을 주제로 2008년 제작한 ‘명랑공주와 콩콩왕자’가 첫 작품이다. 2009년 한국여성재단 후원을 받아 왕따 현상과 유괴 예방을 다룬 ‘꽥꽥이의 어느 날’이 두 번째 작품. 모두 상담소 소속 성교육 전문강사들이 만들었다.
극단 문경순 단장은 “10여개월 동안 각본 쓰고, 인형 만들고, 녹음하고, 인형 조종 연습하느라 강사 20여분이 모두 혓바늘이 돋고 입술이 헤졌다”고 말했다. 5명이 앰프 가림막 등 80㎏이 넘는 장비를 옮겨 무대를 만들고, 인형 조종을 하고 있으니 요즘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아이들을 도와주는 착한 캐릭터 치치를 맡고 있는 정희영씨는 탈을 쓴 채 공연해야 돼 한겨울에도 비지땀을 흘리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인형극을 보고나서 ‘낯선 어른 따라가지 않기’ ‘소중한 몸 보여주거나 만지게 하면 안 되기’ ‘엄마한테 모든 것 털어놓기’ 등을 또박또박 얘기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고 단원들은 입을 모았다.
양 소장은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인형이나 인형극 비디오 등을 활용해보라”면서 무엇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른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대신 어른에게도 할 말은 꼭 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하라는 것. 그래야 어른들이 몸을 만질 때 기분이 나쁘면 ‘하지 마세요’ ‘싫어요’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는 또 “자녀들이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했을 때 부모들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울거나, 아이들한테 ‘어떡하다 그런 일을 당했느냐’고 힐난조로 물어선 절대 안 된다는 것. 그는 “성폭력은 교통사고와 같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것이므로 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고 용기를 주고 마음과 몸이 회복될 때까지 함께 자거나 곁을 지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들만 둘 키운다는 문 단장은 “사내아이들에게도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아이들은 피해 예방 목적도 있지만 가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그 행동 바로 멈추기, 다른 사람이 내가 물어본 것에 대해 곧바로 답하지 않는 것을 ‘예스’로 받아들이지 않기,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의 몸을 억지로 만지거나 뽀뽀 등을 하지 않기, 나의 부끄러운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기 등을 평소 들려줘 몸에 배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는 것.
양 소장은 “2009년부터 용인시 후원을 받아 관내 어린이집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초청하면 원정공연을 가겠다”고 밝혔다. 공연문의 031-281-1366
용인=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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