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베드로 (10) 쪽방 사는 조선족여인 위해 쉼터 마련

Է:2011-05-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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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서베드로 (10) 쪽방 사는 조선족여인 위해 쉼터 마련

한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 지역 공원에 20여명의 조선족 아줌마들이 모여 있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정보를 나누며 무작정 기다린다고 했다. 잘 살아 보겠다고 옌지 등 고향을 등지고 이곳까지 왔는데 직업을 못 구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다.

어디서 사는지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아파트 지하 쪽방에서 지낸다고 했다. 구경을 해보고 싶어 따라갔다. 칸막이로 나눈 1.5평 남짓의 쪽방 수십개가 아파트 지하에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 이곳은 한 개인이 아파트 지하 한 층을 통째로 임대해 이를 쪽방으로 만든 뒤 월세를 받는 곳이었다. 냄새가 빠지지 않아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수입이 없으니 몇 명씩 같이 지내기도 한다고 했다.

중국 첫 사역을 조선족 아주머니들을 돕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 이들이 공원에 모여 있을 것이 아니라 쉼터를 만들면 추위와 더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 장소를 물색했다. 아내가 틈틈이 모아놓은 2만 위안(당시 약 300만원)을 보증금으로 300㎡ 공간을 월세로 얻고 ‘사랑의 쉼터’란 간판을 달았다. 간단한 시설을 꾸민 뒤 일단 이곳으로 와 지내라고 했다.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여간 좋아하지 않았다. 잠자리가 마땅치 않은 분들은 이곳에서 잘 수 있도록 허락했고 식사도 해먹을 수 있도록 쌀과 반찬도 마련했다. 초조하게 일자리를 찾고 있던 이들은 나를 무척 고맙게 생각했다. 더구나 아무런 조건 없이 돕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일제의 압제를 피해 만주로 간 독립투사이거나 한국이 너무 가난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개척자들이십니다. 이제 한국은 잘 살게 되어 여러분을 좀 돕자는 것이니 아무런 뜻이 없습니다.”

이분들에게 무엇이 제일 필요한지 물었더니 한식 조리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왕징의 한국 음식점에 취직하려 해도 한식을 만들 줄 몰라 퇴짜를 맞았던 것이다. 나는 베이징의 한인교회에 연락해 협조를 요청했고 요리를 잘하는 여성도들이 재료를 가지고 와서 정기적으로 ‘한식요리강습’을 열어주었다.

이 무렵 모르는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옌지에 사는데 집 주방 가스가 폭발해 어린 손녀가 6도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치료할 길이 없어 베이징으로 무작정 데리고 왔고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것이다.

단숨에 달려가 사고를 당한 채려나(당시 13세) 양을 보니 정말 끔찍했다. 손은 다 오그라들었고 얼굴은 형체가 일그러져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부둥켜안고 기도부터 했다. 다행히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나는 큰 화상을 입고도 미국에서 공부하며 활발히 선교활동 하는 이지선 자매 이야기를 해 주면서 용기를 주고 격려했다. 알고 보니 폭발 당시 려나의 어머니는 사망했는데 려나가 충격을 받을까봐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이때부터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국내 기업과 지인들에게 려나가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려나는 한 기업의 도움으로 한국에 나갈 수 있었다. 이후 이지선 자매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내가 조선족을 돕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니는 모습에 많은 조선족들이 감동한 것 같았다. 이때부터 그들은 내게 마음 문을 활짝 열었다. 대화를 해보니 조선족 동포들이 같은 핏줄인 우리 남한사람들에게 맺힌 것이 많았다. 못산다고 무시당했고 한국행을 미끼로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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