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유인환 목사가 말하는 작은교회 목회자론
[미션라이프]
체조 경기에서 볼 수 있는 높이 1.2m, 길이 5m, 너비 10㎝의 평균대. 한 가닥으로 된 좁은 대(臺)이기에 자칫 평형감각과 조정능력을 잃으면 웬만한 선수도 떨어지기 일쑤다. ‘평균대론’. 20년 가까이 ‘작은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조규남(63·행복한교회) 유인환(51·좋은샘교회) 목사의 목회철학이다. 누구나 방심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게 목회자라는 것이다.
“요즘 성도님들, 참 힘드시죠? 여기저기서 목회자 관련 ‘핫뉴스’가 터지고 있으니.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뢰한다면서도 사방에 밀려오는 유혹에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요. 목회자도 사람이니까요. 특히 ‘나도 얼마든지 그들처럼(큰 교회 목회자)처럼 할 수 있는데’라는 비교의식에 사로잡히게 되면 참으로 힘듭니다.”
두 목사의 이구동성이다. 목회 초기, 자신만은 작은 교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의 늪’에 빠져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기독문화 평론가이기도 한 조 목사는 한국외대,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외항선 항해사로 있다가 뒤늦게 서울장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91년에야 목회를 시작했다. 안양대와 아세아연합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유 목사는 서강대 교직원으로 13년간 재직한 뒤 1995년 목회에 투신했다. 두 사람 모두 ‘세상 물’을 먹었고 한국 교회가 성장일변도에서 벗어나 쇄락의 조짐을 보이던 시절에 목회전선에 합류했기에 맘고생 또한 남달랐다고 한다.
두 목사는 영혼 구원에 대한 보람이 목회 현장을 붙들고 있는 힘이라고 고백했다. 불신 집안에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목회자까지 된 조 목사는 “위의 두 누님이 저를 통해 예수님을 믿고 권사가 된 것, 힘든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저를 이어 두 아들 모두가 목회자가 된 것, 전도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목사가 돼 인도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것 등 ‘영적 아비’로서의 보람은 이루 셀 수 없다”고 말했다. 유 목사도 “교인들이 이런 저런 삶의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다 설교나 권면을 통해 다시 용기를 갖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목회자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유 목사는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당할 때, 목회 열매(성장)가 없을 때 편안했던 교직원 시절을 떠올리며 괴로웠던 적이 있다”고 했다. “믿음, 성품, 능력 부족 등으로 성도들의 만족을 채워주지 못하고, 심지어 그들이 떠날 때는 ‘함량미달의 목회자’가 아닌지 자책하기도 했어요.”
조 목사도 “작은 교회를 목회하다보니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목회자가 된 걸 후회한 적은 결코 없었다”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목회 초창기만 해도 사람들이 성도가 몇 명이냐 물을 때면 위축되곤 했다”고 밝혔다. 교회 크기로 목회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터라 성도 수를 묻는 질문이 싫었다는 것.
‘작은 교회의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의 질문에 두 목사는 교회론을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나님 앞에서 큰 교회, 작은 교회란 의미가 없어요. 문제는 저를 포함해 모든 목회자가 ‘(교회) 몸집’을 불리려 한다는 거죠. 그것이 하나님께 충성하는 거라고 절대화시킵니다.”(조 목사) “개인의 능력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모두가 큰 교회를 일굴 수 있는 건 아니죠. 목회자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합니다.”(유 목사)
두 목사는 큰 교회, 작은 교회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큰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의식 변화에 있다고 했다. 작은 교회의 어려움은 재정보다는 사람 부족에 있다고 덧붙였다. “작은 교회는 뭘 해보려 해도 사람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큰 교회가 훈련된 사역자들을 아무 조건 없이 작은 교회에 2∼3년간 파송하면 좋겠습니다. 해외 선교사 파송하듯이…”(유 목사) “빚을 지면서까지 교회를 크게 짓지 말아야 합니다. 담임목사가 제대로 목양할 수 있는 규모는 성인교인 300∼500명입니다. 교인들을 더 잘 양육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데 재정을 써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교회 키우기 경쟁이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조 목사)
두 목사는 “옆의 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데도 잘 모르고 있는 게 오늘의 한국 목회자”라며 “하나님과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는데 경쟁하는 건강한 교회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하나님이 세운 목회자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일반적인 잣대로 재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두가 여전히 죄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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