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높이에서 조망한 우리네 삶… 순수의 詩語에 담다

Է:2011-05-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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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높이에서 조망한 우리네 삶… 순수의 詩語에 담다

시집 ‘밤 하늘의 바둑판’ 펴낸 오세영

4년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후 시 창작과 회고록 집필에 전념하고 있는 오세영(69·사진) 시인이 신작 시집 ‘밤 하늘의 바둑판’(서정시학)을 출간했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서정시 본연을 되찾자며 ‘극서정시’를 표방한 조정권, 이하석, 최동호 시인에 이어 펴낸 시집이다.

“구름은/하늘 유리창을 닦는 걸레,/쥐어짜면 주르르/물이 흐른다.//입김으로 훅 불어/지우고 보고, 지우고/다시 들여다보는 늙은 신의/호기심어린 눈빛.”(‘구름’ 전문)

그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난해한 흐름의 시를 비판하며 동시처럼 순수한 시선으로 오염된 세상을 바라본다. 그 시선은 ‘늙은 신의 호기심어린 눈빛’이 암시하듯 지구라는 푸른 별을 조망하는 천상의 높이에 위치해 있다. 문학평론가 홍용희씨의 지적처럼 그의 시적 인식은 ‘하늘 유리창’의 고도에 이르는 미적 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 유리창’이라는 단어는 다음 시편에서도 반복된다.

“하늘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저 무수히 깜박이는 눈,/눈동자들,/지구는 우주의/거대한 사파리일지도 몰라.//어떤 문제를 일으켰을까./오늘도/유성의 총탄에 맞아 실신한/여린 영혼 하나,/마취된 채/지구 밖으로 끌려 나간다./저항할 틈도 없이….”(‘마사히 마라’ 전문)

케냐의 마라 대평원에서 뛰노는 야생동물의 죽살이에 빗대어 지구를 우주의 거대한 사파리로 규정하는 이러한 인식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 한 지평에서 이루어진다는 행성의학자의 임상기록을 보는 것 같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 행성의학자가 하늘 유리창을 통해 응시하고 있는 행성은 지구다. 생명 탄생과 소멸의 행성인 지구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결핍도 이렇게 나열된다.

“(중략) 그러나 아직 공급물량이 부족한 물품도/적지는 않다//---중동의 사랑,/---한반도의 화해,/---미국의 희생,/---유럽의 양심,/---아프리카의 나눔,/---남미의 상생,//지구는 우주의 거대한 대장간, 그러나/지금은 지배인을 갈아야 할 때가/지나지 않았을까.”(‘화산 2’ 일부)

한편 그는 ‘시인의 말’을 통해 “나는 시류나 대세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당연히 외로움을 하나의 운명으로 여기고 산다”며 등단 40여년 동안 한번도 내비치지 않았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외로움의 단초를 짐작할 수 있는 비방록이 마침 시전문지 ‘유심’ 올 여름호에 실려 있다.

“나는 문학단체와 별 상관없는 사람이다. 성격 자체가 어떤 무리에 끼는 것을 싫어하고 사회성이 부족해서 집단이나 공동체에 잘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평소에 현실적으로 문학단체에 들어 덕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서 있기 때문이다.”(‘나의 비망록’에서)

비망록에 따르면 그는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에 명목상 회원으로 등재되어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시인협회를 제외하고 어느 단체의 회원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각 단체의 배타성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가 적지 않았음을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예컨대 작가회의에서는 나를 문협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들은 그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지키지 않으면 극히 배타적인 것 같다. 자신들이 회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문협 사람이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작가회의냐 문협이냐, 둘 중의 하나라는 흑백논리다.”

그러면서 그는 “그저 한 시인으로서 오세영이 홀로 있을 따름”이라며 “왜 사람들은 항상 어떤 단체 회원으로만 규정하려 드는 것일까. 내가 문단에서 풀 수 없는 어려운 숙제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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