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트루맛쇼’

Է:2011-05-09 17:56
ϱ
ũ
[내일을 열며-박강섭] ‘트루맛쇼’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는 도발적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가 이달 개봉을 앞두고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장편 경쟁부문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트루맛쇼’는 TV의 맛집 프로 조작 의혹을 파헤친 김재환 감독의 작품. MBC 교양 PD 출신인 김 감독은 영화 제목도 아예 미디어 조작을 그린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쇼’를 패러디했다.

3년에 걸쳐 이 영화를 기획·제작한 김 감독은 자비로 경기도 일산에 음식점을 차리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들(방송사)의 방식대로 그들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음식점이 음식 방송에 소개되기까지 방송사-외주 제작사-브로커 및 홍보대행사-음식점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담아 ‘함정취재’라고 주장하는 방송사와 법정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맛집 방송 후 매일같이 돈을 쓸어 담았다는 한 할머니의 고백은 방송의 막강한 영향력에 비춰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스타의 단골음식점이 조작되는 등 음식 방송이 과장과 허구라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캐비어 삼겹살’ 등 입맛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음식은 방송용으로 급조된 메뉴로 방송과 함께 사라진다는 말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방송에서 “바로 이 맛이야!”를 외치는 손님들이 대부분 가짜라는 주장. 인터넷에는 가짜 손님을 동원해주는 카페까지 있다고 한다. 메뉴를 짜고 맛을 정하는 것도 음식점 주인이 아니라 방송사나 브로커의 몫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소비자 프로에서 위생불량으로 고발당한 음식점이 몇 달 후 같은 방송의 다른 프로에서 ‘대박 맛집’으로 둔갑하는 과정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와 다름없다.

‘트루맛쇼’는 음식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브로커나 홍보대행사에 건네는 돈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김 감독도 홍보대행사에 1000만원을 내고 모 TV의 음식 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방송 맛집’을 둘러싸고 잡음이 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기준 없이 방송사들이 앞다퉈 맛집을 양산하다보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상파 TV의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맛집은 한 해 1만여 곳. TV 출연 맛집 간판을 훈장처럼 단 음식점이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존재하는 이유다. 4개의 종편채널이 가세하는 올 하반기부터 ‘방송 맛집’은 배로 늘어날 게 분명하고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자칭 파워 블로거들의 맛집 소개와 평을 둘러싼 물의가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록 일부지만 그들은 음식점에 좋은 평을 써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한다고 한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손님을 가장해 인터넷에 맛이 없고 불친절한 음식점으로 올리고 댓글을 동원해 영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맛집에 대한 객관적인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방송 맛집’이 양산된 데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 관광대국을 부르짖고,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는 대한민국에는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처럼 음식점을 평가하는 권위 있는 인증 기준과 인증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저마다의 기준에 의해 ‘맛집’을 선정하고 있지만 공정성 담보와 거리가 멀다. 또 미슐랭 가이드처럼 매년 암행평가를 하는 등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뤄지는지도 의문이다.

TV에 맛집으로 소개됐다는 광고판의 개수가 맛집의 기준이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차제에 맛, 위생, 친절도 등을 종합평가해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음식을 맛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는 천박한 음식문화도 소비자 스스로 폐기해야 할 것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