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기덕] 새로운 동력 얻는 한류
예전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수많은 명품을 감상하며 서양문화의 위대함 앞에서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다. 루브르박물관 광장에 설치되어 있는 중국계 미국인 I. M. 페이의 유리 피라미드 건축물을 보면서 우리 문화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룰 만한 요소가 없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곳의 엄청난 인파 속에 한국인 관광객도 무시 못할 숫자였지만 여행 내내 문화의 시대라는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글로벌시대에 문화 주류가 될 수 있나를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 이 시대 최고의 문화 랜드마크인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지난 1일 프랑스 한류팬 300여명이 6월 10일로 예정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 K팝(한국가요) 스타들의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며 공연을 하루 더 해 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애초 4월 26일 인터넷으로 판매된 공연티켓 6000장이 발매 15분 만에 동이 나자 그들은 페이스북에 탄원코너를 만들어 주최 측에 호소하다가 여의치 않자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플래시 몹(Flash Mob) 형태로 자신들의 요구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합성된 멀티는 우리 전통”
시위를 벌이는 프랑스 열성 팬들의 사진 속에서 ‘제발 공연을 하루 더 해 주세요’라는 한글 피켓을 보는 것도 놀라웠지만 시위대 뒤로 보이는 유리 피라미드건물에 전율했다. 내가 부러워하면서도 다소 위축되었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들은 K팝 스타들의 노래에 맞춰 춤 추며 연장 공연을 해달라며 1시간여 동안 즐겁게 간청했던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한류를 지속시키며 확산시키는가. 나는 그 해답을 여러 가지가 합성된 멀티(multi)에서 찾는다. K팝 가수들은 가창력, 멜로디, 의상, 춤, 외모가 함께 어울린다. 그것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멀티의 전통은 본래 우리의 오래된 전통이었다. 우리 민족을 묘사한 중국기록에는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었다’는 기록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함께 먹고 마시면서 노래와 춤을 같이 즐기는 이른바 ‘음주가무(飮酒歌舞)’라는 멀티의 DNA를 갖고 있다. 그러한 멀티 전통이 21세기 디지털시대에 기술 및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멀티 정신이 오늘의 경제성장과 한류의 핵심이자 원천이다.
K팝은 가수들의 노래·춤·의상 등 다양한 매력이 결합된 것도 멀티이지만, 해외 홍보에 있어서도 유튜브와 SNS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것도 멀티 지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인 가수에게 미국인이나 유럽인 작곡과 일본이나 서구의 안무를 결합시킨 점도 역시 멀티였다. 이러한 다양한 멀티 요소와 한국 본연의 멀티 DNA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유럽까지 움직인 K팝 한류의 힘인 것이다. K팝 열기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K팝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영국 청소년들이 200m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스토리로 독창성 창출해야
그러나 진정한 멀티는 각각의 개성도 있어야 한다. 소녀시대 유니폼과 단체무(團體舞)는 처음에는 신선할 수 있으나 진정한 멀티의 길은 아니다. 미남미녀로 상징되는 K팝 스타들의 비슷비슷한 외모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멀티 안에서 맛깔스런 독창성을 창출하는 것이 한류의 과제이다.
한류의 원천은 한마디로 우리 멀티 지향의 DNA이며, 한류 확산은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창출해낸 멀티의 뛰어난 재해석에 있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한류의 새로운 동력은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어 개성이 살아 숨쉬는 진정한 멀티 정신의 구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김기덕(건국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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