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감수성과 소통
개그콘서트를 보면 참 감수성(感受性) 많은 사람들이 사는 감수성(城)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감수왕(王) 김준호는 벌써 10년 넘게 끌어오는 전란을 걱정하지만 신하 권재관은 방책은 내놓지 않고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화가 난 감수왕은 언제까지 탁상공론만 할 것이냐며 그 세 치 혀를 뽑아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바로 그때 김준호의 감수성이 발동되고, 이미 미안한 표정이 돼 있다. 동시에 감수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흐른다. 권재관은 어떻게 사람한테 혀를 뽑는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며 투정을 부린다.
감수성은 곧 감성이고 감성은 이성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감수왕이 감성이 아니라 이성만 발달했다면 대드는 신하는 세 치 혀가 아니라 삼족도 멸할 수 있다. 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왕은 신하의 마음을 이해하고 반성한다. 감성을 통해 왕과 신하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장자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가 있다. 저공(狙公)이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화를 내다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꾸겠다고 했더니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보통 저공의 입장에서 보면 속임수, 원숭이에게 초점을 맞추면 어리석음에 관한 이야기로 통하지만 철학자 강신주는 소통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공은 예측하기 어려운 타자(원숭이)의 마음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타자에 맞게 자신을 조율해 ‘소통’했다는 것이다.
아마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는 제안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면 아침에 5개, 저녁에 2개로 바꿔 제안했을 것이다. 원숭이가 만족할 때까지 말이다. 어차피 자신이 가진 도토리 7개는 변함이 없다.
요즘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모든 정보와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유통되고 있다. 소통이 저절로 이뤄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는 소통보다는 불통이라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 ‘소통의 달인’ 이외수는 최근 정부 온라인 대변인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소통은 머리에서 나오지 않고, 가슴에서 나온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양방향 소통의 근간에는 바로 감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조삼모사 속 저공도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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