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금융권 “주총이 코앞인데”… ‘감사 추천 철폐’ 선언에 난감

감사를 새로 영입해야 하는 증권사와 보험사들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잇단 비리로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감사직에 금감원 출신 임직원을 앉히는 ‘낙하산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증권·보험사들은 이달 주주총회를 열고 상근 감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국내 42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모두 24곳.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사 5곳, 손해보험사 3곳 등 8곳이다. 여기에 자산운용사,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감사를 교체해야 하는 회사 수는 더욱 늘어난다.

금융회사 감사는 그동안 금감원 출신이 거의 독식해 왔다. 현재 42개 증권사 가운데 31곳의 상근 감사가 금감원 출신일 정도다. 통상 감사 임기가 만료될 때면 연임이 되거나 다른 금감원 인사에게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대신증권은 지난 2일 주총에서 금감원 조사국 출신의 현 상근 감사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회계서비스 국장 출신 인사를 신규 선임하는 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4일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 감사로 추천하지 않고, 금융회사 재취업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쇄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증권·보험사들이 난처해졌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쇄신방안이 나오기 전 내정해 공시까지 했는데 난감하다”며 “본인이 고사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보험사들도 상근 감사 선임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 차기 감사를 그려놨으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금감원 출신의 상근 감사를 연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주 주총에서 선임안이 변경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도 “보통 금감원에서 감사가 내려오는 일이 관행이었고, 이맘때쯤 상근 감사 후보군과 관련해 말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쏙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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