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정의 사진] 전쟁과 사물

Է:2011-05-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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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정의 사진] 전쟁과 사물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 사진 공개 여부가 논란거리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진이 주는 증거일까, 사진이 채워주는 호기심일까. 비평가 수전 손태그는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스펙터클한 전쟁 이미지는 전쟁 밖에 있는 우리의 오락거리일 뿐, 정작 전쟁터 희생자들의 고통은 보듬어주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전쟁사진이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인지, 정당화하기 위한 것인지, 즐기기 위한 것인지는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전쟁사진은 태어나고, 긴박한 전쟁터에서 빠질 수 없는 직업이 ‘전쟁사진가’다. 정작 사진가들은 ‘분쟁지역 사진가’란 말을 더 선호하지만.

9·11 테러 직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추측만 나돌 때, 파리의 유명한 카메라 매장 매니저는 전쟁이 벌어질 것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 매장의 단골이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진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최신형 디지털 장비를 마련해 갔기 때문이다. 전쟁은 터졌고, 그들은 그 장비를 꾸려 전쟁터로 떠났다. 고급 정보를 입수한 미국과 유럽 언론사들이 그들에게 떠날 채비를 부탁해 놓았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진가는 전쟁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리비아 내전을 취재하던 크리스 온두로스와 팀 헤더링턴이라는 두 사진가가 박격포탄에 세상을 떠났다. 1970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2000년대 들어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온 포토저널리스트다. 팀 헤더링턴은 죽음의 계곡이라는 아프간 코렌갈 계곡에서 미군 부대와 1년반을 생활하며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었다. 그때의 사진으로 2008년 월드프레스포토 올해의 사진상을, 그때의 영화 ‘레스트로포’로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그가 월드프레스포토상을 받았을 때, 쉽게 찍은 전쟁사진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신변 안전이 보장되는 군대와 함께 머물며 찍는 사진이 과연 진정한 전쟁사진인가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군부대와 함께 이동하며 촬영한 전쟁사진을 ‘임베디드 사진’이라 부른다. 이 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2003년 이라크전쟁이었다. 미군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싸움이었고, 사진가들은 그 전쟁에 접근할 방법이 없었고, 미군은 전략적으로 대규모 임베디드 기자단을 받아들였다. 심할 때는 300여명을 한꺼번에 받아들여 ‘관광버스 기자단’이란 말이 나왔고, 포토저널리즘과 격이 다르다 해서 ‘임베디드 저널리즘’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 헤더링턴을 향해 임베디드 사진가라고 누군가가 비꼬았을 때, 그는 임베디드 사진가에도 진정성의 차이가 있음을,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인간의 고통과 존재의 비극이었음을 강조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박격포탄에 죽음으로써 전쟁사진가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증명해 보인 셈이 됐다. 그런 그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전쟁사진이 과연 전쟁을 멈추게 하는지 회의적이라고 고민스럽게 답했다.

전쟁사진가는 무엇을 찍는 사람인가. 이 질문은 무기력하다. 인류는 전쟁 없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비한다면 그렇다. 시몬 베유는 “폭력은 폭력의 피해자를 사물로 바꾸어 버린다”고 했다. 포토저널리즘 역사에 전설로 남을 사진가의 죽음은 전쟁이란 폭력 앞에서 사물일 뿐이다.

<사진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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