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범죄율 낮아진 게 지도 때문이라고?
지도, 세상을 읽는 프레임/송규봉/21세기북스
1994년 뉴욕 시 경찰청장에 취임한 윌리엄 브래튼은 금세 슈퍼스타가 됐다. 그가 온 뒤 범죄율이 극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매년 4000만∼5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뉴욕은 사실 강력범죄가 잦은 무서운 도시였다. 신임 경찰청장은 부임 직후 GIS(지리정보시스템)를 도입하고 범죄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강력사건 고밀도 지역인 ‘핫스팟’에 순찰차를 수시로 돌리고 가로등 조명의 밝기를 높였다. 핫스팟이 이동하면 범죄지도에 새로 그려진 또 다른 핫스팟에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핫스팟은 점차 뉴욕에서 사라졌다. 93년 1946건이던 살인건수는 97년 770건으로 60% 이상 줄었다. 지도의 효용성을 새롭게 해석한 한 경찰관의 상상력이 뉴욕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바꾼 것이다.
신간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은 이처럼 지도를 지리적 위치를 확인하는 정보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새롭게 상상하는 신사고의 틀로 취급하면서 지도가 어떻게 인류발전을 이끌었는지 설명한다.
GIS 분석가로 풍력단지 바람지도나 커피전문점 경쟁지도, 지역별 보험지도, 재해재난 위험지도, 상권별 창업지도 등 전통적인 지도의 영역을 뛰어넘어 기발하고 다양한 지도를 제작해온 저자 송규봉 ㈜GIS 유나이티드 대표는 인류의 역사를 “오래된 중심을 깨뜨린 변방의 역사”로 규정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상력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지도 속 항로와 육로를 따라 사상, 과학, 문화, 의학, 제도가 밀물과 썰물로 만나 문명의 바다를 이룬다. 지도는 그간 인류가 떠난 모든 시작과 흥망의 도착을 함께 품고 있다. 상상력에도 발생지, 경유지, 종착지가 있다면 지도는 상상력의 여정을 이해하는 안내도가 될 것이다.”(15∼16쪽)
저자는 지도 상상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3부에 걸쳐 짚어낸다. 1부 ‘지도, 생각의 기준을 뒤집다’에서는 동식물 DNA지도에서부터 아인슈타인, 피카소를 거쳐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에 이르기까지 존재와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인류에게 풍요를 안긴 사례들을 제시하며 지도에 대한 독자들의 편견을 벗긴다. 2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새로운 프레임’에서는 세계의 경계를 다시 그린 칭기즈칸과 나침반으로 문화예술을 꽃피운 베네치아, 수적 절대 열세에서 큰 승리를 일군 명량해전의 이순신 등 지리적 상상력을 이용해 역사를 바꾼 사례들을 들춘다. 3부 ‘낡은 틀을 파괴하는 혁명적 미래 지도’에서는 지도의 미래를 여는 4대 기술인 GPS(위성항법장치)와 RFID(무선전자태그), 모바일 인터넷, GIS 등을 소개한다. ‘야쿠르트 아줌마’와 GIS의 성공적인 결합과 같은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는 특히 도서관이나 호텔, 축제, 음악, TV, 광고는 물론 과학기술과 인문학 등을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며 통섭과 열린 상상력이야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영토를 만들어낼 통찰력을 준다고 강조한다. 책 속 다양한 사례들의 일부 내용이 중첩되고 산만하게 나열되는 경우가 있어 아쉽지만 이 책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미래의 주인공이 되려는 열정적인 여행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안내서임에는 틀림없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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