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사람이 먹으라고?… 中, 불량식품에 철퇴 내린다
중국인들은 요즘 ‘먹거리’ 불안감에 떨고 있다. 우유, 만두, 돼지고기, 김, 콩나물 등 거의 모든 일상 식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불량식품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최대 홍역을 치르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까지 나서 불량식품 퇴치를 지시하는 등 중국 당국이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감독과 단속을 펴고 있다. 하지만 불량식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잇단 불량식품 충격=지난달 22일 광저우(廣州)시 바이윈(白雲)에 위치한 한 소시지 공장. 심하게 부패해 검게 변색된 돼지고기가 수조 안에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일부 돼지고기 위에는 하얀 소금이 뿌려진 상태였다. 공장의 가장 깊숙한 내부엔 벽돌로 지은 훈제실이 2개 있었다. 벽면에는 소시지를 매달아 놓고 연탄불로 그을리고 있었다. 바로 옆 선반 위엔 살충제 농약인 ‘디프테렉스’와 착색제가 놓여 있었다. 농약 9병 중 2병은 이미 사용한 뒤였다.
이 공장에서 수년간 이런 식으로 제조된 소시지가 광저우 일대 시장과 슈퍼마켓에서 판매돼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남방일보 등 지역 언론들이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4월 한 달간 중국 곳곳에서는 불량식품 사건만 수십 건이 터졌다. 상하이에서는 지난달 5일 ‘형광 돼지고기’가 발견됐다. 불법 형광물질이 든 사료를 사용했거나 돼지 사료에 들어 있는 광물질이나 인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해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에서 11일엔 유해 색소가 첨가된 ‘염색 만두’가 유통됐다. 백색 밀가루에 누런 색소를 섞어 가짜 옥수수 만두를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이 식품회사 직원은 인터뷰에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돼도 나는 우리 회사 만두를 안 먹는다”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12일과 18일 안후이(安徽)성과 윈난(云南)성에서 인공 감미료와 식용색소, 썩은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카스텔라가 적발됐다. 15일에는 유독성 화공원료인 유황으로 훈제한 ‘독 생강’이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대형 채소도매시장에서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유독 화학 첨가제로 키운 콩나물이 팔리다 대량 적발됐다. 22일과 24일에는 광둥(廣東)성에서 공업용 원료인 파라핀을 첨가한 ‘파라핀 당면’과 물에 담그면 색소가 빠지는 이른바 ‘염색 김’도 나타났다. 29일에는 발암 유해 색소가 포함된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火鍋)’ 재료가 적발되기도 했다.
◇도덕성 타락과 황금만능주의가 원인=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14일 “식품부정 사건은 사회윤리와 신용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덕성 타락을 개탄했다. 그는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도덕교육 수준은 크게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이뤄진 급격한 경제성장을 도덕의식 등이 아직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불법을 통해서라도 돈을 벌겠다는 의식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수요층이 다양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비록 불량식품이라도 값이 싸면 사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이들을 겨냥한 불량식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량식품과의 전쟁=후 주석은 지난달 29일 품질검증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톈진(天津) 제품품질감독실험연구원을 직접 방문, 식품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당국은 불량식품 근절을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불량식품 제조자나 식품에 불법 첨가물을 넣는 범죄자를 최고 사형까지 시키겠다는 강경대응이다. 리커창(李克强) 상임부총리는 최근 “결연한 태도와 단호한 조치로 식품에 불법첨가물을 넣는 행위를 색출하겠다”면서 “처벌의 강도를 높여 불법분자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원은 최근 모든 식품경영자들의 안전신용기록을 작성토록 하는 등 별도의 식품 불법 첨가행위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또 각 행정 당국 및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대대적 감독과 단속을 시작했다. ‘조폭과의 전쟁’으로 명성을 날린 충칭(重慶)시는 100일간(4월 26일∼7월 31일)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은 지난달 28일 긴급통지를 통해 식품첨가제 불법첨가나 남용행위를 엄격히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또 모든 음식점에 이달 말까지 ‘인체에 유해하거나 규정에 어긋난 어떤 불법 식품첨가제도 구입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중국 당국이 멜라민 분유파동 이후 대대적인 단속과 감독을 벌여왔지만 멜라민 분유는 아직도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충칭에서는 멜라민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분유 26t이 아이스크림 원료로 사용되기 직전 압수되기도 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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