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주인공 ‘나미’ 아역 맡은 17살 심은경 “다양한 감정 연기하다보니 한 뼘 성장했어요”
“‘나미’ 역할 하나로 어리버리한 여학생 연기, 코믹 연기, 복잡한 감정 연기를 한꺼번에 할 수 있었어요. 이번 연기를 통해 한층 성장한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복잡하고 복합적인 인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여드름이 채 가라앉지 않은 피부, 간식 이야기를 하며 밝아지는 표정,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당찬 어조. 의젓한 태도와 어른스러운 말투에 싸여 있어도 10대 소녀의 명랑함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져나왔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써니’에서 주인공 ‘나미’의 여고시절 역을 맡은 심은경(17)을 지난 2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보다 요즘이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워요. 처음엔 엄마가 알려준 대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요새는 스스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연기를 하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가 맡은 ‘나미’는 전라남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와 얼떨결에 ‘칠공주’의 일원이 되는 인물. 칠공주는 시쳇말로 ‘일진’이라 할, 불량기 가득한 패거리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써니’라 이름짓고 춤을 연습하거나 옆 학교 패거리들과 싸움박질을 하는 등 온몸으로 청춘을 발산한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80년대가 배경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이질적인 느낌을 받지도 않았어요.”
그는 지난해 9월 유학길에 올라 현재 미국 피츠버그 빈센션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있다. 부모 곁을 완전히 떠난, 어린 나이의 반(半)독립인 셈.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지니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예전엔 제 나이 또래의 연예인들(아이돌 가수를 지칭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이 큰 인기를 얻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난 뭐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분위기에서 떨어져 지내니까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공부하기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세상에, 제가 수학 문제를 다 풀고 있더라니까요. 한국선 손도 못 댔는데.”
인기와 성적에 대해 고민하고 인터뷰 중간 중간 인터넷 기사에 신경 쓰는 모습은 ‘써니’의 열일곱 살 나미 모습 그대로다. 새파란 젊음과 완벽한 예의바름이 어울리지 않아 얼떨떨한 사이 한마디 덧붙인다. “2년 뒤면 제가 스무 살이라니. 믿어지지 않아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글=양진영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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