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떼주고 받고… 생명을 나눈 목사님들, 수술 성공에 ‘부활의 목회’ 다짐

“꿈만 같아요. 기적입니다.”

간경화 증세로 죽음의 문턱에 들어섰던 한 목회자와 그에게 간을 기증한 2명의 동료 목회자가 이식 수술을 마치고 다시 만났다(본보 4월 4일자 29면 보도).

25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7층 입원실.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송경환(50·수남제일교회) 목사와 자신의 간을 기증한 김선곤(46·주는교회) 양대규(53·믿음의교회) 목사가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7일 이 병원 수술실에 나란히 누워 14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당초 병원 측은 양 목사와 김 목사의 간을 각각 35%씩 떼어내 송 목사에게 이식하려 했으나 수술 당일 양 목사 간에서 염증 반응이 나오는 등 이식이 어려워져 김 목사의 간을 60% 절개해 송 목사에게 이식했다.

송 목사는 “예상보다 회복이 빠르다”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술을 받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지난달 초 간경화 증세로 쓰러졌다. 1998년 B형 간염으로 간성혼수에 빠졌고 지난해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 간 이식 외엔 치료방법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송 목사가 쓰러지자 경기도 이천시 장로교목회자연합회 소속 목사와 사모들은 송 목사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사순절 기간이었던 지난달 7일, 간 기증이 가능한 목회자와 사모들은 병원으로 달려가 서로 자신의 간을 내놓겠다며 줄을 섰다.

김 목사는 6년 전 B형 간염에 걸린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려고 했으나 환자가 종적을 감춰 수술하지 못한 얘기를 했다. 김 목사는 “만약 그때 기증했다면 이번 수술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겠느냐”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 목사와 양 목사는 현재 수술 후유증을 겪고 있다. 수술 9일 만에 퇴원한 이들은 체중 저하와 함께 어지러움 등을 느끼고 있는 것. 하지만 매일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위로하고 있다.

‘목우(牧友)의 정’을 쌓고 있는 이들은 연합회 소속 목회자들과 함께 부족한 병원비(3000여만원)를 마련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일일밥집을 비롯해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모금운동도 전개 중이다.

송 목사는 92년 교회를 개척해 지난해까지 이창숙(53) 사모와 함께 비닐하우스 교회에서 성도 20여명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지역 내 장애인과 독거노인들을 돌봤다. 지체장애 1급인 딸과 고3 아들이 있다. 송 목사는 “이제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며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각오로 하나님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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