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이만우] ‘카드 과열’ 식힐 대책 서둘러야

[시사풍향계-이만우] ‘카드 과열’ 식힐 대책 서둘러야 기사의 사진

가계부채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마다 하루 걸러 카드 분사계획을 밝히고 있어 KB금융 분사신청을 신속히 승인했던 금융위원회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발급 수는 1억6000만장으로 2002년 카드대란 당시의 1억4800만장을 넘어섰다. 가계부채를 선도하고 있는 카드론 잔고도 28조원으로 전년 대비 19%나 증가됐다.

카드사업 위주 금융업이 문제

은행이 과도한 이익추구 행태를 보이며 카드영업에 치중하는 것은 소유구조와 관련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의 주도에 따라 강력한 금산분리가 실행돼 산업자본의 은행 의결권 주식 4% 초과 보유가 금지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상한을 9%로 높였으나 산업자본이 금산분리 족쇄를 차고 있는 사이에 외국인이 은행주식을 매집했다.

제일은행과 한미은행은 지분 전부를 인수해 주식상장을 자진 폐지함으로써 외국자본 독식 은행으로 전환됐고 출자은행 상호에 맞춰 이름표도 바꿔달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형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을수록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낮고 아파트 담보대출 및 신용카드에 집중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대형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된 이후 이익 절반을 카드영업에서 벌어들이는 사례도 확인됐다. 또 카드분사 추진 배경이 은행영업에서는 직원 숫자만 많을 뿐 별로 남는 것이 없고 이익은 대부분 카드영업에서 생긴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솔직한 고백도 흘러나왔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을 불러 모아 카드영업 자제를 당부하는 바닷물 공중투하 수준의 대책으로는 후쿠시마 원전만큼 달아오른 ‘카드 과열’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행계열 카드사는 카드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신용판매와 카드론 사업을 영위한다. 계열사 전체적 입장에서 보면 은행은 카드채 이자를 받고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 또는 카드론 이자를 다시 챙기게 된다. 계열은행 차입의 경우 위험이 크게 확대되는 방식으로 두 차례의 수익을 얻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험료는 한 번만 부담한다. 다른 대출처에 빌려준 돈은 부도위험이 감지되면 신속히 회수할 수 있지만 계열카드사의 경우는 채권확보의 자율성이 없음을 감안해 추가위험에 상응하는 추가 예금보험료를 징수해야 한다. 계열사 이외의 차입금은 유동성 위기 예방 차원에서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장기적으로 차입하는 점이 감안돼야 한다. 아울러 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에 있어서도 위험가중요소를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불필요한 카드 사용 억제를

신용카드 중복소지의 경우 금융권 전체의 위험이 가중되는 점을 감안해 최초 발행분을 제외한 추가 발행에 대해서는 카드사 부담 인지세를 대폭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연간 1조원에 상당하는 카드세액공제도 현금결제 확인절차를 보다 간편화하는 방안을 국세청이 마련하고 신용카드사용 혜택은 축소하고 현금결제 혜택은 증액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신용카드사용을 억제해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은행마다 계열 카드사를 유지할 경우 다수의 카드를 이용한 돌려막기가 확산돼 지급불능 상태를 조기에 식별하지 못해 부실을 키울 위험이 높다. 사용한도를 계속 확대하다가 위기가 감지되는 순간 갑자기 한도를 줄이고 카드사마다 일시에 회수에 나선다면 카드대란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된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내년에 표를 의식한 카드 추심규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고 퇴임하는 이명박 정부가 카드부실의 멍에를 뒤집어쓰는 사태도 우려된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카드사업이 번창한 이유를 찾아내 신용카드 과열을 초기에 진정시킬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객예금을 생산적 기업활동에 집결시킬 근본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영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