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찌른 위조, 뻥뚫린 수표감별… 110만원권 교묘히 변조, 30억 현금화 일당 검거

110만원권 수표 2장을 각각 10억원권과 20억원권 수표로 교묘히 고쳐 30억원을 현금화한 일당 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은행 수표감별기가 수표용지에 위조 방지장치가 제대로 있는지만 확인한다는 허점을 노렸다. 진품 수표를 발급받아 액면가와 일련번호를 바꿔도 수표감별기가 액수를 구분하지 못한 채 진품 수표로 판명하는 것을 미리 알고 범행을 꾸몄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범행을 주도한 위조총책 이모(39)씨 등 2명에 대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브로커, 현금 인출책, 개인사업가 등 수십명을 점조직처럼 부리며 범행을 기획했다. 이씨는 우선 고액수표의 일련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을 주고 10억원권 수표 사본을 받았다. 브로커는 개인사업가에게 “건설사 인수를 위해 자금력을 증명해야 하니 고액권 수표를 발행받아 한 달만 가지고 있고 사본을 건네 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시중은행에서 발급받은 진품 110만원권 수표와 10억원권 수표 사본을 변조 기술자 어모(56)씨에게 넘겼다. 어씨는 고액 수표권의 일련번호를 저액 수표에 덧씌우고 액면가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110만원권 수표를 10억원권 수표로 탈바꿈시켰다.

이씨는 지난 2월 1일 현금 인출책 김모(49)씨에게 변조수표를 쥐어주고 신한은행 이대역 지점에 보내 현금으로 바꿔오라고 지시했다. 은행 직원은 감쪽같이 속고 10억원을 지급했다. 이씨는 같은 달 24일 변조수표 금액을 20억원으로 늘려 현금으로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경찰은 이씨의 벤츠 차량에서 5만원권 6620장(3억3100만원)을 발견해 압수했다. 경찰은 또 변조 기술자 어씨 등 범행을 기획한 주범 2명 등 일당을 쫓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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