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에 새긴 추억, 곰삭은 미학이다… 김덕용 ‘시간을 담다’ 展

Է:2011-04-17 22:54
ϱ
ũ
나뭇결에 새긴 추억, 곰삭은 미학이다… 김덕용 ‘시간을 담다’ 展

자연의 따뜻한 숨결이 살아 숨쉬는 나무에 아련한 추억들을 담아내는 김덕용(50) 작가는 ‘목판의 연금술사’라 할 수 있다. 그다지 쓸모있어 보이지 않는 버려진 것이라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거듭난다. 그의 작업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무 구하기부터 시작된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오래되고 낡은 것일수록 더없이 좋다. 곰삭은 미학을 드러내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채 현대 도시인들이 잊고 살거나 기억 너머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고향 같은 풍경들을 잔잔한 채색으로 표현한 그림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색동 이불은 작가가 결혼할 당시 장만했던 추억어린 것이고, 그림 속 그림 액자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아이는 순수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이 같은 그림을 통해 마음 속 기억을 끄집어낸다. “나는 내 자신의 무의식적인 기억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것들을 작품에 담는다. 그것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감상자가 나와 같은 시공간에 젖어 들어가 공감하게끔 하는 기억들이다. 작품 위에 펼쳐진 나의 기억은 무언의 해석이 가능한 기호이며, 그 자체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일상 속에 고요히 숨겨져 있는 여러 기호들을 채집하고 다듬질하기 위해 그는 눈과 마음으로 늘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통해 생명력과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의 기억 찾기 작업은 삶의 과정 그 자체이고, 그렇게 되찾은 시간은 비단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현재에 생동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영혼과 같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림으로 재현하려는 것은 유년의 추억이자 어머니와 고향, 근대화의 물살에 의해 급속히 사라졌던 잔영 같은 것들이다. 그는 요즘 책 그림을 자주 그린다. 꺼내 읽을 수는 없지만 나무를 깎고 다듬어 실제 책처럼 묘사했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존경하는 동서양의 화가와 미술관련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이 역시 작가 개인의 소중한 기억이자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소재다.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 동양화과를 나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작업에만 몰두하지만 그의 작품은 각종 국제아트페어나 미술품 경매 등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는 ‘블루칩’ 종목으로 분류된다.

그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시간을 담다’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마련했다. 아스라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 시리즈와 책 시리즈 등 소품을 포함해 ‘오래된 미래’ 등 큰 스케일의 작품까지 신작 50여점이 출품된다. 20여년 동안 작업했던 연작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전시로 작가의 ‘심상의 기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02-519-08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