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64) 모자와 신발의 역사
멋쟁이 패션을 두드러지게 하는 두 가지 포인트를 꼽으라면 모자와 신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옷이 패션의 기본이라면 모자와 신발은 이를 완성하는 요소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의복 못지않게 모자와 신발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때와 장소와 신분에 맞게 모자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복식미의 조형성과 함께 착용자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는 표지이기도 했답니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개화기까지 남성의 대표적인 쓰개였던 갓(黑笠)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가장 많이 보인 모자입니다.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거나, 길이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다 대원군의 의관개정 이후 작은 갓으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고려시대부터 몽수라는 쓰개를 사용하다 조선시대에는 모자 대신 너울, 장옷 등으로 머리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가렸다는군요.
남성 모자의 재료로 흔히 사용된 것은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으로, 탕건 망건 정자관 방건 갓 등이 이것으로 만들었지요. 여름용으로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서 만든 삿갓, 댕댕이 덩굴을 엮어서 만든 정동벌립, 종이로 각종 무늬를 오려서 만든 지삿갓 등이 있으며, 겨울 방한용으로는 동물의 털을 잇대 만든 남바위가 대표적이랍니다.
신발은 가죽 유기 비단 나무 짚 등으로 만들었는데, 신분과 의례에 따라 사용하는 신발이 정해져 있었고 비가 오거나 젖은 날에는 나막신이나 기름 먹인 유혜(油鞋)를 주로 사용했지요. 짚신은 삼국시대부터 가장 오랫동안 애용됐던 신발입니다. 근현대 이후 생산된 검정 고무신은 어려웠던 시절 ‘눈물 젖은 빵’과 더불어 추억 속의 명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 설화 중에서 모자와 신발 이야기는 아름다움이나 멋을 찾기보다는 그 생김새나 효용성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모자 이야기는 관모를 통해 관직을 상징하는 ‘원성대왕’, 인간 변신의 욕망을 모자에 담은 ‘도깨비 감투’가 있으며, 신발과 관련된 옛 이야기는 ‘연오랑 세오녀’ ‘야광귀’ 등이 있습니다.
개화기에 서양인들이 방문한 한국은 ‘모자의 나라’로 비쳐졌는가 봅니다. 1920년대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장기두기’는 망건과 갓을 쓴 노인과 탕건을 쓴 노인이 대청마루에서 곰방대를 물고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고, 프랑스 출신 폴 자클레의 ‘세 한국인’ 역시 그림 속 인물들이 망건과 탕건, 갓을 쓰고 있거든요.
국립민속박물관이 19일부터 6월 13일까지 각종 모자와 신발을 전시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특별전을 마련했습니다. 왕과 관리, 종교인들이 착용한 것부터 관혼상제에 맞는 모자와 신발에 이르기까지 유물 250여점을 선보입니다. 그동안 복식 전시는 많았지만 머리쓰개와 신발에 초점을 맞추기는 처음이라는군요. 우리 복식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여행을 함께 떠나 보시죠.
이광형 문화과학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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