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성찰… 변선영 ‘가치의 부재…’ 전

밝고 화사한 벽지를 배경으로 가구들이 가득 놓인 실내 풍경이 따스한 봄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 가운데 리히텐슈타인이나 마그리트 등 서양 명화 또는 한국 민화가 그려진 달력이 있고 꽃과 병, 과일과 컵 등이 주변에 놓여 있다. 서울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5월 22일까지 ‘가치의 부재, 공간에 놓이다’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변선영(44)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작업은 고된 노동력을 요구한다. 밑바탕을 수차례 칠하고 수채와 색연필로 스케치한 다음 화폭을 작업실 바닥에 누인 채 허리를 굽혀 펜촉에 물감을 묻혀 한 땀 한 땀 그린다. 그런 까닭에 허리병을 달고 사는 것은 물론이고 팔이 닿지 않아 대작을 그리기 어렵다. 그렇게 그린 신작 20여점을 내놓았다. 가로 3m가 넘는 작품은 여러 개의 화폭을 이어붙인 것이다.

그가 집안 풍경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지내다 10여년 전 귀국했을 때 집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집이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재산의 의미로 기능하는 것을 보고 이중적 가치에 대한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품 속 달력 그림이나 이발소 그림도 우리 삶에서 가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인 셈이죠.”

사소한 것들에 특유의 색채와 패턴을 넣은 그의 그림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공간 속을 거닐게 한다.

박영택 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는 “고급미술과 저급미술, 동양화(서예)와 서양화, 키치그림과 기하학적 벽지문양, 전단지와 팝아트 그림이 실린 달력 등 실내 풍경은 오늘날 우리의 문화적 초상이자 정체성의 혼돈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평했다(02-725-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