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여자들도 운전을 잘한다. 단독주택 단지인 우리 동네는 주민들 나이가 지긋한 편인데 60·70대 주부들이 거의 다 차를 몰고 다닌다. 물론 운전 못하는 사람도 몇 명 있다. 그 몇 명에 내가 포함된다. 자주 만나는 친구들 중 한 명, 같은 핏줄을 타고난 여러 형제 중 한 사람, 나만 운전을 못한다.
결혼하고 8년 만에 남편이 첫 차를 샀다. 차를 사기 전에 서둘러 면허를 땄는데 나도 같이 운전학원에 등록할 생각은 못했다. 24년 전인 그때만 해도 자가용 승용차가 많지 않았고 여성 운전자가 드물었다. 내가 아는 어느 시인이 남편 일을 돕느라 트럭을 운전했는데 그것이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자동차가 늘면서 여성운전자도 늘었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운전면허를 땄지만 나는 그들을 축하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부추김에 떠밀려 마음을 냈다가도 금방 접었다. 영 자신이 없었다. 다 해도 그것만은 못할 것 같았다. 길눈이 어두운데 차를 끌고 가다 헤매면 어쩌나, 사고가 나면 어쩌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바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힘차게 도는 자전거 바퀴를 지켜본 적이 있다. 쌩, 하고 돌다 어느 순간 검은 동그라미가 하얗게 변하면서 움직임이 사라졌다. 바퀴가 빠져 달아난 줄 알았다. 그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자전거포 아저씨가 자랑하는데 더럭 겁이 났다. 바퀴가 너무 빨리 돌다 날아가 버릴 수도 있겠구나! 지금도 고속도로에서 무심코 옆 차선의 자동차 바퀴에 눈길이 닿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맹렬히 돌아가는 그 바퀴가, 길 위의 모든 바퀴가, 내가 탄 차의 것까지, 곧 튕겨나갈 것 같아 멀미가 난다.
운전을 못해도 그동안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다. 나를 태워줄 차가 얼마든지 있었다. 요금만 내면 어디든 데려다 주는 버스며 택시, 전담기사를 자처하는 남편까지…. 그런데 근래 사정이 좀 달라졌다. 우선 전담기사가 전 같지 않다. 그는 내게 여전히 제일 만만한 기사지만 가끔 눈치가 보인다. 세월 탓인가, 그가 장거리 운전을 힘들어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한 나는 옆자리에서 성의를 다해 간식을 챙기고 농담을 건넨다. 그래도 웃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 서운하다. 속으로, 운전 못하는 아내를 흉보는 것 같다. 남편은 그래도 낫다. 아들은 대놓고, 남들 다 하는 운전을 왜 못하느냐며 싫은 소리를 한다.
엊그제 시외에 갈 일이 생겨 버스를 탔다. 차에 올랐다 커피 한 잔을 뽑으려고 잠깐 내렸는데 그 사이 버스가 그냥 출발했다. 분명히 기사에게 귀띔했고 출발시간에 늦지도 않았는데 나를 두고 저만치 가 버렸다. 자판기가 버스 바로 앞에 있어 뻔히 보였을 텐데 그랬다. 뒤늦게 기사가 눈치 채고 차를 다시 세웠지만 씁쓸했다. 젊었을 때는 다른 차를 기다리고 서 있어도 기사가 일부러 고개를 빼고, 어서 타라고 말해 주곤 했는데…. 아무래도 다 같이 짜고 운전 못하는 나를 구박하는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운전을 배우라고 몰아세울 작정인가 보다.
이화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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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이화련] 운전 못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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