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곡동 헌인마을은 조용하고 썰렁했다. 드문드문 위치한 판잣집들 사이에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최근까지 연탄을 땐 듯 한편에는 연탄재가 가득 쌓여 있었다. 훤한 대낮인데도 오가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마침내 발견한 주민은 기자가 다가가자 즉시 자리를 피했다. 애써 말을 걸어 봐도 “모른다”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주변에 부동산 중개업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을 최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려던 삼부토건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압박에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사업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더욱 가라앉은 분위기다.
헌인마을은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이다. 1960년대 한센병 환자 밀집 지역이었던 이곳은 이후 가구 제작 공장과 매장이 들어서면서 가구단지가 형성됐고, 판자촌도 함께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강남, 서초 일대에서 얼마 남지 않은 미개발 용지라는 점에서 차세대 고급 주거지로 관심을 받아왔다.
때문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이 지역에 고급 단독주택 83가구와 타운하우스 236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예정대로라면 올 하반기 분양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정이 지연됐다. 특히 중대형 기피 현상이 퍼지면서 한 채에 50억원씩 하는 비싼 주택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줄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아직 인허가 절차도 남아있는 등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강해진 PF 돈줄 죄기가 결정타가 됐다. 이 때문에 이 사업에 부담을 느낀 삼부토건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부토건이 자금채권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동업자인 동양건설산업이나 채권단 등과 기싸움을 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도 “PF 대출은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절반씩 채무인수 약정을 했는데 대주단은 우리 회사에 동양건설산업의 몫까지 담보를 요구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부동산 업계는 이 지역의 미래 가치를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이 지역처럼 좋은 입지는 서울에 얼마 없다”며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보다 PF와 관련된 협상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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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사업장 헌인마을 르포] 멀어진 개발… 판자촌은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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