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칼빈대학교를 찾아간 지난 11일. 교내는 한산했다. 월요일은 신학석사 과정 신학생들이 주로 수업을 듣는 날이라 쉬는 시간을 제외하곤 조용했다.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학교는 마치 고요한 요새 같았다.
교내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총장 해임 논란에 “잘 모르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어렵게 말문을 연 학생들은 2007년 12월 취임한 길자연 총장이 학교 이미지를 높이며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길 총장이 현재의 상황을 수습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향후 교회사역 때문인지 대부분 이름 밝히길 꺼려했다.
기숙사 1층에서 만난 이모(24·여)씨는 “아동보육학과에 재학 중인데 총장님이 취임하고 학교가 환경적인 부분에서 많이 바뀌었다”면서 “총장님을 믿고 있기 때문에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잔디밭 벤치에 앉아 있던 김모(27)씨도 “군 제대 후 복학한 지 얼마 안 되는데 군대 가기 전에 비해 학과 커리큘럼과 시설 등이 많이 변화됐다”면서 “저기 보이는 예쁜 나무계단이 예전엔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강의실과 식당, 화장실, 복도 등 학교 건물 내부는 밝은 베이지색과 갈색 톤의 소재로 리모델링돼 있었다. 한 직원은 “그 전엔 신입생이 낙후된 시설에 실망해 2학기 때 자퇴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총장님이 오시고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길 총장님 취임 후 영성부문이 많이 강화됐다”면서 “특히 장학금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신학석사 과정의 양모(29)씨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떤 일로 총장님이 타깃이 됐냐는 것”이라며 “학교 발전에 헌신한 총장님에 대한 부당하고 과도한 처사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월 종합감사를 실시해 3월 말 일부 교원에 대해 징계와 경고 조치했다. 길 총장에 대해선 ‘교원 재임용 심사 부적정’ ‘교원 신규채용 공고 및 심사기준 부적정’ 등 5개의 경고가 누적돼 이사회에 해임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사정을 잘 아는 교수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 였다. 칼빈대가 야간신학교에서 정규 4년제 대학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행정미숙이지 결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관행을 따르면서 나타난 일종의 업무미숙이라는 설명이다.
김모 교수는 “재정확충 교원확보 등 감사에 지적된 사항은 모두 이사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교원업적평가 등 총장님의 학교개혁에 불만을 품은 내부 인사가 교육부에 투서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대통령의 ‘무릎기도’와 수쿠크법 반대 발언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문제가 불거지자 해임이라는 철퇴가 내려졌다”면서 “이건 괘씸죄이자 정치적 보복의 결과”라고 성토했다.
다수의 교수와 교직원들은 총장 징계가 부당하다며 호소문과 성명 작성에 들어갔다. 백의현 기획실장은 “대한민국의 어느 학교에서 형사고발조차 없이 경고 누적으로 총장을 해임하는 경우가 있느냐”면서 “총장님은 현재 매주 3∼4일씩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으며, 4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교육부 감사 이의신청과 이후 재심청구에 힘쓰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이사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보호하기는커녕 해임안을 올렸다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8일 예정됐던 이사회가 무산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교 어느 곳에도 대자보가 붙어 있지는 않았다. 다만 기도의 나직한 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개인기도실에서 만난 최찬미(20·여·아동보육학과 1년)씨는 “학교가 어려울수록 더욱 기도하라는 사인으로 알고 있다”면서 “‘안락함은 악마를 만들고 고난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총장님을 위한 기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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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길자연 총장 해임 논란 속 칼빈대학교를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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