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의 수다] 친구를 먹지 마세요

Է:2011-04-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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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의 수다] 친구를 먹지 마세요

언니와 나, 자매가 자란 환경은 작은 동물원이라 할 만했다. 처음에는 아우구스투스란 이름의 개구리가 있었고 얼마 뒤 거북이 어미가 새 식구가 됐다. 언니는 여덟 살 되던 해에 부모님에게 사막쥐 한 쌍을 선물 받았다. 사막쥐들은 곧 대가족을 이뤘다. 새끼 쥐가 자라 어른 쥐가 되고 죽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사막쥐 가족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관찰하는 일은 ‘실용사회’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사막쥐 다음에는 토끼 막스, 기니피그 보비, 햄스터 크뤼멜이 있었는데 크뤼멜은 언니가 자던 방에 불이 나려 하자 언니를 깨워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개도 키우고 있다. 우리 집에 살았던 개들은 가족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동물과 맺는 우정이야말로 인간이 살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다. 인간관계는 질투와 경쟁으로 적대적이 되기 쉽지만 동물과는 그렇지 않다. 개는 아플 때 내 곁을 떠나지 않았고, 우울할 때면 온갖 재미있는 놀이로 나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한국 친구들은 대부분 애완동물을 가져본 적이 없다. 형제자매 없이 자란 것보다 그게 더 안됐다고 느낄 때가 많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그 특별한 유대감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어려서 애완동물을 키웠던 아이들은 신경성 장애나 알레르기가 적고 학교성적도 좋다. 애완동물과의 관계가 스트레스를 없애고 마음에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언니와 나는 동물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생물학 책을 읽으면서 소들이 장기 기억력과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졌다는 것, 돼지들이 네 살짜리 어린이의 지능을 갖췄다는 것, 닭들에게 음악적 감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자매는 식탁에 오르는 고기도 원래 살아 있는 동물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끔찍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비좁은 우리에서 어떤 자유도 없이 살다가 콩나물시루 같은 트럭에 실려 수백㎞를 이동하고 심지어 마취도 없이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거나 도살된다.

우리는 채식주의자가 됐고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고기를 먹지 않는다. 독일의 한 동물애호협회는 채식 캠페인을 벌이면서 ‘친구를 먹지 마세요!’란 표어를 내세웠다. 누구는 그 순진한 표어를 비웃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동물을 먹을 수 없다.

적어도 독일에서 채식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국민의 10%가 채식을 하고 숫자는 느는 추세다. 광우병이나 구제역 등 동물전염병과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 ‘육식(Eating Animals)’ 이후 식습관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다.

침팬지 연구자 제인 구달은 왜 채식과 동물보호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동물이 인간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동물에게 잘해줘야 합니다.” 내 대답은 더 간단하다. 인간도 같은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처럼 멍청한 동물은 없다. 자신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동물이 아닌가!

베라 호흘라이터(tbs eFM 뉴스캐스터) · 번역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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