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진영] 신정아와 외할머니

Է:2011-04-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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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정진영] 신정아와 외할머니

“신씨는 ‘4001’에서 외할머니가 전 영부인인 듯한 궁금증을 촉발했는데…”

신정아씨의 폭로 자서전 ‘흥행 쇼’ 막차에 올라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많은 언론인들은 물론 진중권 공지영 등 비평가와 작가에 이어 각계 명사들까지 한마디씩 거들며 자연스레 판을 키웠는데 나까지 숟가락을 올려놓기가 불편했다. 그의 책 ‘4001’을 지지하기보다는 공박하는 입장에 있는 나로서는 괜히 또 하나의 관심거리를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내용이 ‘팩트 파인딩(사실 확인)’에 익숙해진 기자 본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궁금증은 그가 언급한 외할머니에 관한 것이었다.

출간 직후 이 책의 폭발성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기자출신 정치인 C씨로부터 발화됐다. 책 내용대로 정 전 총장이 서울대 교수직과 박물관장직을 미끼로 신씨에게 지분거렸는지, ‘야동’ 같은 C씨의 성추행이 사실인지와 그가 과연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다가 이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과 대응이 나와 국면이 바뀌면서 호기심의 추는 외할머니로 옮겨졌다. 그의 언급을 토대로 짐작해 본 외할머니의 정체가 메가톤급 인물이어서이다.

그는 책에서 외할머니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손녀가 있으니 한번 지켜봐 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나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청와대 밖의 사람들 생각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셨다. 할머니는 당시 ‘신여성’으로 불리던 지식인이었는데 부모 반대로 재야운동을 하던 인사와 부부로 맺어지지 못했다. 축복받지 못한 엄마는 유모 부부에게 자랐지만 실제 부모가 ‘대단한 분들’이었기에 독불장군처럼 컸다고 한다. 금호 미술관에서 일할 무렵부터 외할머니와 가까워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났다.”

현직 대통령에게 자신의 손녀를 선뜻 소개하고, 대통령이 그의 말을 듣고 신씨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외할머니는 누구일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됐고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외할머니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전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특정됐다. 신씨가 전 영부인과 연관성이 있는 인물로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과연 이 팩트가 맞느냐는 의문이다. 당사자 측에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들은 긴가민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한 두 단어만 치면 당사자의 실명이 그대로 뜬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확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모호한 것은 신씨의 태도다. 외할머니가 누구인지를 묻는 몇 번의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외할머니에 대한 말은 책의 내용이 전부다”며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낸다. 책 판매를 위한 술수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있다.

이 사안은 시시콜콜한 개인의 가족사 영역을 이미 뛰어넘었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대변인을 해도 잘하겠다는 칭찬을 듣고 시정의 여론을 자문해 줄 만한 인물로 성장한 신씨는 이미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씨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관심과 호의가 진실인가도 궁금하다. 이는 고인이 된 노 전대통령의 명예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지난 정권에서 과연 이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외할머니 부분을 제외한 신씨의 책 내용이 ‘엔터테인먼트’였다면 외할머니와 연관된 것은 ‘히스토리’다. 따라서 외할머니의 신원은 공개돼야 한다. 그것도 논란을 촉발한 신씨의 입을 통해 외할머니가 ‘그분’이 맞는지 밝혀야 한다.

신씨는 책을 출간하면서 “부풀린 이야기를 바로잡고 싶었다”며 “한번쯤은 신정아의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조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진정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원한다면, 책 내용 중에 실명과 가명, 때로는 이름조차 없이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단 한 사람, 외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그가 책에서 말한 다른 내용들도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진영 카피리더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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