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작품, 화가들이 무단사용해 논란
올 연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는 한국 1세대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씨의 대표작을 두 화가가 무단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없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임의로 차용하는 미술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선친에 이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임씨의 장남 임범택(73) 현대사진연구소장은 5일 두 화가가 아버지 작품을 저작권자의 허가도 없이 무단 사용했다며 그 자료를 본보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3명의 여성이 꽃을 이고 가는 모습을 촬영한 1946년작 ‘아침’은 서양화가 김정운씨가 2006년 ‘A Flower Girl’이라는 제목의 작품에 일부 똑같이 그려 넣었다. 김씨는 이 작품을 2006년 6월, 2009년 7월과 12월 등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발표했다.
또 굶주린 한 아이가 뭔가 먹고 있는 모습을 찍은 1950년작 ‘전쟁고아’는 서양화가 류영도씨가 지난해 ‘비극’이라는 제목의 작품에 그대로 옮겼다. 류씨는 이 작품을 같은 해 6월 서울 프레스센터와 7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기념 미술대전’ 기록화 부문에 출품했다.
임 소장은 “두 작가가 동의를 구하거나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아버지 작품을 임의로 베꼈으니 저작물을 도용한 것”이라며 “6개월 전 이 사실을 확인하고 두 작가에게 공식사과 및 합의를 요구했으나 아무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법적 대응도 고려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언론에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잡지에 실린 사진을 우연히 보고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차용했다”면서 “나중에 유족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백만원의 배상금을 요구해 어이가 없어 대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류씨는 “전시 주최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화를 제작했을 뿐 저작권 침해 의사는 추호도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 저작권은 작가 사후 50년까지 유효하다. 사진에 몽타주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처럼 합성한 이차적 저작물의 경우 원작과 별도로 저작물로 보호되지만 이 경우 원작자의 허가가 필요하다.
52년 인천상륙작전 때 종군 사진작가로 활동한 임씨는 한국근현대사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리얼리즘 사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오는 12월 20일부터 열리는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는 이 두 작품을 포함해 100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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