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62) 600년 전통의 궁궐 우물
궁궐의 각종 시설 가운데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곳을 꼽으라면 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각이나 후원도 필요한 공간이지만 우물은 왕실 사람들이 마시거나 음식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거든요. 그래서 궁궐을 지을 때 곳곳에 우물을 파는 것은 필수사항이었답니다. 우물은 고궁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궁궐에는 몇 개의 우물이 있었을까요. 경복궁 ‘북궐도형’(규장각본)을 보면 궁내에 24개의 우물이 분포돼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우물은 태원전에 위치한 3개를 포함해 강녕전, 교태전, 열상진원샘, 칠궁 등 모두 7개랍니다. 궁궐 축조 후 600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17개의 우물이 없어진 것이죠.
창덕궁에는 부용지(2개), 상방, 인정전, 낙선재, 석복헌, 경훈각, 옥류천, 신선원전, 후원퇴로 등 10개, 창경궁에는 양화당(2개), 통명전(2개), 영춘헌, 5층석탑, 경춘전, 환경전, 옥천교, 대온실 등 10개, 덕수궁에는 포덕문, 준명당, 중명전 등 3개, 종묘에는 제정, 종묘공원 등 2개의 우물이 지금까지 보전되고 있답니다. 이 중에서 마실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답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이 문화재청(청장 최광식), ㈜웅진코웨이(대표 홍준기)와 함께 최근 실시한 ‘궁궐 우물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존하는 32개의 우물 평균 깊이는 3.41m이고, 23개의 우물에 물이 항상 있으며, 평균 수심은 2m랍니다. 바닥은 마사토-암반-석재-자갈 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암반을 둥글게 파거나 바닥에 숯을 넣는 구조이지요.
또한 우물이 지면에서 가까워 여름철 강우로 오염물질이 쉽게 유입되는 특성을 보였답니다. 다만 창덕궁 옥류천과 칠궁 냉천, 창덕궁 경훈각, 경복궁 교태전 등 네 곳은 그나마 수질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신탁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이들 우물에 대한 수질개선 작업을 추진하는 한편, 우물별로 문화재 안내판도 세우기로 했습니다.
식수로는 부적합한 궁궐 우물의 수질 상 문제가 되는 항목은 미생물, 탁도(흐린 정도)·색도·증발 잔류물이며, 일시적으로 일부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군요. 그러나 발암성 물질인 TCE(트리클로에틸렌)나 질산성질소와 같은 성분은 먹는 물 수질기준을 만족했다니 궁궐 우물 살리기 사업 추진에 희망을 던져 주었다고나 할까요.
지난달 말 경복궁 강녕전 우물을 마시는 체험행사(사진)가 열렸습니다. 웅진코웨이가 이곳 우물물을 미리 길러 정수처리한 다음 시음하게 한 행사로 많은 관람객들이 참여했지요. 조선 왕실 몰락과 함께 100년 이상 뚜껑을 덮어 둔 우물은 궁중 생활을 증언하는 귀중한 유물이랍니다. 임금이 마시던 물을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우리도 마음껏 마실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이광형 문화과학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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